#Default Mode Network #자기 성찰 #생각 #쉼 #여유
기업문화를 담당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서로서로 늘 묻는 것이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비가시적인 기업문화를 눈에 보이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기업문화는 잠재된 의식 속에 존재한다지만 끊임없이 그것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증명하지 않으면 문화는 힘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문화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냅니다. 전사 차원의 활동이 없는 기간이 생길 때면 불안합니다. 보통은 이 불안함 혹은 불편함을 참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무엇인가 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죠.
그런데 이렇게 쉬지 않고 몰아붙인다고 해서 조직이 의도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물론 성공하는 케이스들도 있겠으나 구성원들의 피로도로 인해 오히려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조직심리 차원에서 반감이란 "내 것이 아니다" 또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의사는 묻지 않은 채, 타인이 생각하는 올바름을 나에게 강요한다고 느끼는 것이죠. 이런 마음이 퍼져나가면 기업문화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고해 볼 만한 개념이 워싱턴 대학교 마커스 라이클(Marcus E. Raichle) 교수가 발견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이하 DMN)'입니다. DMN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말합니다. 라이클 교수는 아무런 정보가 들어가지 않을 때, 뇌 전체로 에너지가 분산되어 이전에 교류가 없던 부위들이 서로 연결되는 현상을 발견합니다. 자극이 없을 때, 오히려 뇌의 활동량이 많아지고, 창의력과 통찰력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기억해야 할 때 조바심을 내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뇌를 잠시 쉬게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기업문화로 돌아가서, 문화를 만드는 활동을 함에 있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잭 웰치 회장의 '700번 이상 말한다'를 신조 삼아 쉬지 않고 진단하고, 피드백하며, 우수 사례를 찾아 포상합니다. 누군가를 문화적 영웅으로 만들고, 다양한 상징을 통해 문화를 각인시키는 활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 '문화적 쉼'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가 낸 숙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죠. 문화적 어젠다가 세팅되었다면 그것을 나의 상황, 나의 일, 나의 미래와 연결시켜 볼 수 있게 쉼의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승진자 연수를 통해 '정신무장(?)을 시킨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조직의 가치를 내재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방식을 임원, 전문가 등이 진행하는 빡빡한 교육이 아닌 일상과 단절된 환경에서 '문화적 멍 때리기'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조직에 문화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은 교육이나 연수가 힘들게 진행된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의 가치에 맞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대로 된 승진 인사를 했다면, 그들을 위한 승진자 교육은 오히려 '쉼'을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혹시 "다음 달에는 무엇을 할까?"라고 고민하는 기업문화 담당자분이 계신다면,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을 전환해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참고]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Marcus E. Raichle
<What happen in the brarin when we imagine the future?> Neuroscience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