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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쿡남자 Jun 05. 2022

영국 카페에서 느낀 나를 돌아보다

영국에서 많은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학교시설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많아 그냥 마음 편한 카페에서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사 1년 차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논문을 읽고 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페가 편하고 좋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바라보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띵하지만 카페처럼 개방감이 있는 곳에 있으면 오랫동안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냥 난.... 영국의 카공족이다.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을 할 때나 이직 준비를 할 때, 카페를 자주 갔고,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시원하고, 깨끗하고, 사람들과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약간의 소음(백색 소음)이 집중력을 높게 해 주었다. 그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서 난 별다른 점을 느끼고 못했었다.


영국 카페에서 앉아있다 보니 생소한 장면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70~80세 이상의 부부가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자주 목격했다. 처음에는 못 느꼈지만 그런 장면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부모님이 카페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 또한 부모님과 카페에 간 적이 없었다. 친구 또는 직장동료와 갔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냥 자연스웠다. 한 번도 이상하거나 어색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곰곰이 떠올려봤다. 내가 한국에서 카페에 갔을 때 주변의 분위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했었다. 친구와 오거나, 직장동료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이대로 보자면 장소에 다라 다르겠지만 내가 간 장소는 20~40대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영국에서 마주쳤던 70~80대 이상의 노부부를 본 적은 없었다. 우리 부모님만의 경우가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젊은 나이대에 속해서 20~40대 주 고객층에 해당이 되었기 때문에 난 한 번도 어색함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70~8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젊어서 카페를 자주 이용하고 좋아했다고 70~80대 이상이 되었을 때도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을까?

한국이라면, 지금과 같다면, 난 이용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 그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사회에 자리 잡혀 있는 연령에 대한 벽? 사회적인 인식 같은 이유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공간에 나이 많은 사람이 낄 수 없는 사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국은 나이에 대한 벽이 없는 편이다.

예를 들면, 홍대 클럽은 20대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공간이다. 특히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특정 나이가 넘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된다. 클럽뿐만 아니라 술집이나 식당 등에도 나이와 같은 제한이 걸려 있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흔히 말해 물관리. 물이 좋아야 장사가 잘된다는 인식 때문에. 

영국의 경우, 클럽이나 술집에 나이에 따른 구분이 없다. 모든 연령이 같은 공간에서 즐긴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든 나이가 많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많다고 눈치가 보인다든지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한다든지, 나이와 관련된 인식이 없다. 그냥 같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위해 모인 장소이고 그게 다이다. 


카페에서 노부부가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클럽이나 술집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자신만의 즐거움을 그대로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한국에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정도 없었나? 나 스스로가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과 벽을 치고 살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전 부모님을 모시고 카페에 가고 싶다. 부모님이 다방커피를 벗어나 라뗴, 모카의 맛을 아셨으면 좋겠고, 젊은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나 또한 나이를 먹어도 공간과 나이에 대한 벽을 허물고 언제 어디에서든 나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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