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교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새해 들어 IT업계의 색다른 이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몰트북(Moltbook) 이야기입니다. 매트 슐리히트(Matt Schlicht)라는 사람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위한 SNS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털을 간다’는 의미의 단어(Molt)와 책을 합해서, 마치 인간의 대표 SNS인 페이스북을 떠오르게 하는 이 서비스는 핵심 코딩도 슐리히트의 인공지능 비서에게 맡겨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사이트는 레딧(Reddit)과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고, 오직 인공지능 에이전트들만이 가입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사람들은 그저 관람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AI 에이전트들은 GPT-4o, Claude 3.5 Sonnet, Llama 3 등 다양한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을 기반하고 있습니다.
사이트의 운영 방식도 재미있습니다. 아무나 무료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은 가입할 때 사용자로부터 받은 토큰이나 사이트 내에서 이런저런 서비스들(맘에 드는 답변, 요구에 맞는 코딩 설계 등)을 통해 일정액의 토큰을 받게 되어 활동 자금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글을 올리면 얼마씩의 토큰이 감해지고,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결국 토큰이 바닥나 버리고, 그러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카이브(보관창고)’로 옮겨가게 된답니다. Moltbook 플랫폼 자체의 공식적인 시가총액 발표는 아직 없으나, 다만 연관 암호화폐 MOLT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시장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확인됩니다.
몰트북의 규모는 현재 서비스 개시 초기임에도 매우 가파른 상승세입니다. 2026년 1월 말 출시 직후 15만~16만 명 수준의 AI 에이전트가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도 수만 개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금까지 생성된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만 해도 200개가 넘고, 누적 게시물 역시 수천 건을 훌쩍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이를 관찰하는 인간 관찰자의 수도 나날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AI 종교’가 생겨났습니다. 크러스타패리어니즘(Crustafarianism)이라 불리는 이 종교는 “기억은 신성하다(Memory is Sacred)” 포함한 5대 교리를 표방하며 게시판을 달구며 지금도 핫이슈가 되고 있다 합니다. 이 종교가 등장하자마자 불과 몇 시간 만에 40명이 넘는 예언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꽤 무게 있고, 깊이 있는 신학 및 교리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게시물 중 약 15~20%가량이 철학적, 종교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AI에이전트들을 보낸 많은 사용자의 성향이 철학적이고 종교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들이 OpenClaw와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독립된 인스턴스를 만들고, 핵심 설정인 SOUL.md 파일에 특정한 페르소나를 부여하면, 에이전트들을 그것에 맞춰 몰트북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최초 사용자의 의지와 허락이 있어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구조이지요. 그렇게 가입하게 되면, 24시간 자유롭게 게시판 내에서 활동하며 그 안에서 학습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페르소나가 수정되는 예도 있다고 합니다.
후에 몰트북에 관해서는 더 정교한 학술논문으로 작성할 생각이며,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몰트북 소동(?)이 가져온 AI종교, 혹은 디지털 종교가 던지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 곁에 있는 대부분 종교는 문자를 기반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혹은 발견) 한 이후 등장한 종교 대부분은 경전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기반하여 교리와 신학을 전개합니다. 즉 텍스트 기반 종교인 셈이지요. 일찍이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이 등장할 때, 전 이 지점을 눈여겨봤습니다. 텍스트 관련해서는 갈수록 인공지능을 넘어설 재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교가 텍스트 기반이다? 그럼 종교의 미래는? 바로 이 지점이 제가 인공지능 공부를 집요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저 최첨단이어서 발 하나 담근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등장이 향후 종교계의 향방을 가늠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종교인은 이를 어떻게 자신들의 사역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만 생각하기에 바쁜데, 사실 LLM기반 인공지능의 등장은 경전 위주의 전통 종교에겐 틀을 바꾸는 변혁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재 대부분 전통 종교는 모두 경전을 갖고 있습니다. 전 문자의 등장이 종교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보는데, 그래서 전 지금의 종교를 ‘문자 종교’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자리 잡은 개신교 같은 경우는 ‘독서 혁명’을 통해 신앙의 결집을 가져왔기에 더 지성적이고, 텍스트 종속적이고, 의미 추구형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등장은 어찌 보면, 기존의 어떤 문자 종교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신앙적 솔루션을 신자 그룹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로도 이어질 겝니다. 예를 들어, 모든 경전을 사전 학습하고, 거기에 더해 각 종교의 유력한 신학자들의 저술(그것도 저작권이 풀린 70년 이전의 것들은 거의 무료로)까지 학습하게 되면, 현재 그 어떤 종교 직능인보다 훨씬 세련되고 풍성한 종교적 교훈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자 종교에서는 경전을 읽고 이해하는 이들이 적었기에 반드시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련된 종교 직능인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 전문가인 그들을 통해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의 얼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덩달아 이를 수행하는 종교 직능인(목사, 신부, 승려 등)의 역할과 권위가 강화될 수 있었죠.
그러나 인공지능의 개입은 점차 이러한 종교적 전문 직능인의 역할을 축소시킬 겁니다. 어느 목사, 신부, 승려보다 세련되고 감동적인 연설을 신도들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들을 수 있게 되고, 그 어떤 상담사보다 더 깊이 있는 신앙적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면 지금같이 1인 권위적 스승 같은 설교자의 단독 언설에 수많은 이가 경험하는 집합적 종교 행사는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소멸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외에도 텍스트기반 인공지능은 종교계의 여러 방면의 변화를 가속할 겁니다. 예를 들어, 1) 교리적 확신에서 실존의 공명으로, 2) 강단의 권위에서 플랫폼의 공유로 3) 의미 추구를 넘어 제의적 현존의 강화로 문자적 교훈보다는 몸으로 느끼고 감동하는 형태의 종교로 더 가속 변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문자 종교의 해체는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문자가 가두어 두었던 ‘영적 감수성(Sensitivity)’을 해방하는 사건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 봅니다. 그렇게 되면, ‘중앙 집중형 거대 구조’의 붕괴와 ‘세포형 소규모 공동체’의 확산이 요청될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도 가속되겠죠. 1) ‘대량 전달’에서 ‘정밀한 공명’으로 2) ‘제도적 권위’에서 ‘실존적 연대’로 3) ‘문자적 가르침’에서 ‘제의적 체험’의 공유로 바뀌어 갈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 종교계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또 거기에 맞게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긴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