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과 알고리듬

- 외래어의 우리말 표기에 관한 단상

by 이길용

우리나라의 표준 용어, 특히 외래어나 외래 사유용어를 우리말로 표기할 때 종종 정확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몇 번 지적한 바 있지만, '인문학'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도대체 곧바로 뜻을 헤아릴 수 없는 암호 같은 용어로 번역이나 표기를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알고리즘도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알고리즘이라는 낱말은 'algorithm'을 표기한 겁니다. 그런데 원 발음을 들어보면, 알고리즘이라기보다는, '알고리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어원은 공유하고 있으나, 우리가 표기하는 알고리즘에 해당하는 용어가 버젓이 살아있기도 합니다. 바로 'algorism'이지요. 이 말은 힌두-아라비아 숫자 기수법이나 산술 계산법을 뜻합니다. algorism의 발음은 우리가 요즘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매우 가깝습니다.


여기서 답답한 상황이 생겨버립니다. 우리말 표기로는 '알고리즘' 하나인데, 로마자로 표기하면, 'algorism'과 'algorithm' 두 단어가 나오고 맙니다. 물론 요즘 이슈가 되는 것은 algorithm이고, algorism은 역사책에서나 가끔 등장하기에 큰 혼동이 생길 일은 없을 텐지만, 그래도 제대로 표기법을 정해서 처음부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은 방어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사실 algorism은 사람 이름에서 비롯됩니다. 9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Muḥammad ibn Mūsā al-Khwārizmī, 780?~850?)의 이름을 따서 생긴 용어입니다. 그는 힌두-아라비아 숫자체계, 즉 0에서 9까지의 셈법을 유럽 사회에 소개해 준 인물입니다. 그의 이름을 라틴어로 옮기면서 '알고리트미(Algoritmi)'가 되었고, 후에 '알고리스무스(Algorismus)'를 거쳐 지금의 '알고리즘(Algorithm)'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용어는 현대 들어 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된 명확한 절차, 규칙, 또는 명령어의 집합"이라는 뜻으로 활용됩니다.


사전에 사장된 용어보다는 현재 한국인들 입에 붙은 말을 표준 표기법으로 삼은 국립국어원의 고육지책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그래도 본뜻을 정확히 새기고 구별할 수 있는 표기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물론 algorithm을 알고리즘이라 표기해도 큰 문제는 없겠으나, 기왕에 기준을 잡을 것이라면 algorism과 차별적 표기법을 정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에 잠시 참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