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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Dec 23. 2022

내겐 너무 어려운 그대, 홍콩

홍콩 발리 비건 여행ㅣ홍콩 경유 관광편

 



홍콩 공항 밖은 위험해...



발리행 경유 비행기들의 긴 대기시간과 캐세이퍼시픽의 저렴한 항공권의 조합으로, 발리 가는 김에 홍콩도 관광하기로 결정!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그런데 문제는 홍콩은 외국인 대상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전히 풀지 않은데에 있었다. 입국 전부터 해야 할 것들이 어찌나 많던지... 홍콩을 본격적으로 여행할 거였다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경유하는 겸 잠깐 관광할 생각이었던 나에게는 그 모든 절차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다 겪어본 나의 결론은, 홍콩이 외국인 대상 방역 정책을 완화하지 않는 이상 경유로 홍콩 공항 밖을 빠져나가는 것을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목적지인 발리는 코로나 관련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잠깐 경유하는 홍콩 때문에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짜증이 솟구치는 경험을 상당히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

홍콩 입국 절차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따로 정리해 뒀다.






처음엔 희망에 가득 찼지 뭐야



홍콩에서는 1박만 하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발리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짐은 발리로 부쳐놨다. 홍콩용 짐은 백팩에 간단하게 챙겨 기내에 들고 탔기 때문에 홍콩 공항에서 따로 짐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 레이아웃에서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시간! 홍콩 시내로 빠르게 집입하기 위해 클룩에서 공항철도 티켓도 미리 구입해 뒀다. (바우처를 메일로 보내주는데, 바우처에 있는 큐알 코드만 찍으면 공항 철도에 바로 탑승할 수 있다.)



홍콩 공항 철도 내부



공항 철도가 정차하는 역은 홍콩역, 구룡역, 칭이역이었는데 이 중 숙소와 가장 가까운 역인 구룡(Kowloon) 역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큰 트라우마를 남길지 누가 알았겠어...






나갈 수가 없어???


구룡역... 이때까지만 별 생각 없었다지...



구룡역에서 숙소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면 14분, 도보로 가면 27분



대중교통이나 도보나 큰 차이가 없어서 시내구경도 하면서 슬렁슬렁 걸어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구룡역을 빠져나왔다. 아니,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역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건 주차장과 도로뿐.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가 없어서 다른 출구를 찾아봤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구글 지도에도 몇 번 출구로 나가라는 안내가 없었다.)



다른 출구로 나가니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이 나와서 쭉 가려는데 갑자기 사람이 막아선다. 공사 중이라 이 길로는 갈 수 없단다.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옆길로 가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비원이 막아선다. 아파트 주민이 아니면 이 길을 지나갈 수 없단다...?




길이 있는데 갈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옆통수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이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택시를 탔어야 했다.)



하지만 쓸데없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구글지도를 믿고 다시 경로 찾기를 시도했다. 구룡역 안으로 다시 들어가 다른 출구로 나가보려는데 갑자기 쇼핑몰이 등장. 이건 또 뭐지? 싶지만 쇼핑몰이면 당연히 출구가 있겠지 싶어 문 밖으로 나가봤다.




갑자기 쇼핑몰이 왜 나와???



그런데 이번에도 보이는 건 도로. 경비원이 막아선다. 지나갈 수 없단다. ^^^^^^

그 뒤로도 "이 길로 나갈 수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때부터 친구랑 나는 서서히 정신줄을 놓기 시작. 1박용이긴 해도 둘 다 짐이 있었고, 오전에 비행기에서 기내식 먹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태였다.



식당에서 뭐라도 먹으면서 차분히 그 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갔을 당시 홍콩은 막 입국한 외국인에게는 식당, 카페 내 취식을 금지해놓은 상태였다. (테이크아웃해서 야외에서 먹거나 호텔 내에서 먹는 것만 허용)


* 참고로 홍콩에서는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이렇게나 실제 상황과 달라도 되는 건가요...?



구룡역이 이상한 건지, 우리가 길을 겁나게 못 찾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시간 이상 헤매고 나니 걸어서 가는 건 아니다 싶어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이것도 쉽지 않았다는 것.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홍콩의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사서 충전을 한 후 사용해야 하는데 옥토퍼스 카드는 현금으로만 구입이 가능했다. 트래블 월렛만 믿고 환전도 안 해 간 상황이라 ATM 기기를 찾아 또 걷기 시작했다.



ATM을 찾아 역 안을 걷고 또 걷다 보니 에너지 바닥. 결국 택시를 타기로 결정. (홍콩 택시는 현금만 받는다. 그러니 택시를 타려고 해도 현금이 꼭 필요하다.)




고생 기념으로 찍어 둠



택시 타니 10분 만에 숙소에 도착.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택시 탔지 ^^^^^ 설마 역 밖으로 나갈 수 없을 줄 알았냐고 ^^^^^



'지하철 역을 걸어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역이 있고 출구가 있고 길이 있는데 걸어서 나갈 수 없는 경험을 난생처음 해본 것이다. 하아... 홍콩... 구룡역....






금 같은 시간은 다 흐르고



비행기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공항을 빠져나왔을 땐 오후 2시도 안 되었던 상황. 낮부터 홍콩 알차게 구경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구룡역에서 헤매느라 시간을 다 썼다...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되었더라...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 길이 있어도 지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한 우리는 호텔을 나가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 거기다 식당에 가도 매장 내 취식이 불가하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해서 호텔에 가져와서 먹어야 했다. 그러느니 룸 서비스 시켜서 먹을까 했는데, 너무 비싸더라... 깔끔하게 포기!


침사추이 호텔, 더 랭함 홍콩 호텔 후기는 여기에




이제야 좀 홍콩스러운 풍경이 보이기 시작



없는 힘 끌어 모아 다시 나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곳곳에 트리가 많았다. (홍콩인들의 포토 스폿인지 사진 찍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비건 식당 찾아내고 순간 기분 좋아짐



걷고 또 걸어 겨우 찾아낸 비건 식당 green common. 이 식당도 쇼핑몰 안에 위치해서 찾아내는데 한참 걸렸다. (홍콩은 어딜 가나 쇼핑몰이더라...)



테이크아웃해서 호텔에 가져와 밥 먹고 다시 힘을 끌어모아 밖으로 나갔다. 홍콩은 뭐니 뭐니 해도 야경이니까!


침사추이 비건 식당, 그린 커먼 후기는 여기에






홍콩 구경은 지금부터!


침사추이 시계탑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침사추이 시계탑이 있었다.



그리고 시계탑 근처에 야경을 볼 수 있는 침사추이 프로므나드가 있었다. 일종의 산책로 같은 곳이었는데 야경을 편히 볼 수 있도록 의자도 있는 곳이었다.



엄청나다!까지는 아니지만 한번쯤 볼만했던 심포니 오브 라이트



매일 저녁 8시에 시작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홍콩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이 장식 뒤에 사람 수십 명 있음



야경을 보고 나자 해외여행 온 기분이 난 우리는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워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런데 또 길 헤맬까 봐 무서워서 멀리는 못 감)



그러다 궁금해서 들어가 본 헤리티지 1881.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게 되어 있었는데 여기도 포토 스폿인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직접 겪어 본

11월 말, 12월 초 홍콩 기온




11월 30일, 12월 9일에 홍콩에 있어보니 한국의 초가을 기온이랑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습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여름의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한국 9월 정도의 날씨랄까? 전체적으로 습도는 높았고, 낮에 더울 때는 반팔도 괜찮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꽤 쌀쌀했다.



나는 가을용 긴팔 셔츠, 가을용 긴 바지 (둘 다 여름에 입기에는 도톰한 소재)를 입었고 위에 간절기용 카디건을 걸쳤다. 날이 더우면 카디건을 벗고, 조금 쌀쌀해지면 카디건을 걸치니 딱 좋았다.

*여름용 반팔 원피스를 입고 (스타킹 안 신음) 위에 면 맨투맨을 입었던 친구는 밤이 되자 좀 춥다고 했다.






이제 발리로,


다시 홍콩 공항으로



예상외로 너무 헤맨 탓에 홍콩 관광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센트럴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숙소가 있었던 침사추이도 저녁에 잠깐 돌아본 정도이니, 누가 물어보면 홍콩은 가봤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안 갔다고 하기에도 뭐 한 상황.



짧지만 강한 인상트라우마을 남긴 홍콩을 떠나 이제는 발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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