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비건 여행ㅣ독일 국회의사당 방문 후기, 예약 방법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은 숙소에 무사하게 도착하는 것만이 목표였고, 우리의 진짜 여행은 그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긴 비행시간과 마음고생 몸고생으로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더 이상 못 일어나면 '예약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출근하는 사람들 마냥 정신없이 준비하고 나갔다.
(그래서 중간 사진은 없습니다요...)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의 대표적인 관광지라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분단 시절 브란덴부르크 문을 기준으로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누어졌다고 하니, 그 의미가 더 특별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더 급한 일정이 있었기에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였던 독일 국회의사당!
여행 와서 남의 나라 국회의사당에는 왜 가나 싶겠지만, 이곳은 무료로 베를린 시내를 전망할 수 있는 곳이다. 국회의사당 맨 꼭대기에 있는 유리 돔을 관광객들에게도 무료로 개방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실제로 독일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국회의사당 건물 앞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같은 곳부터 들어가야 한다.
준비물 : 예약 완료 티켓, 여권
1.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면 직원이 예약 완료한 티켓과 여권을 검사한다.
2. 짐을 검사한다. (짐 검사할 때 코트도 벗어야 하는데, 당시 난 코트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 뒀었다. 검사하는 분이 심각하게 화면을 응시하더니, 잠시 실례하겠다며 내 코트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냈다. 핫팩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던 그분은 손에 느껴지는 따스운 온기를 느끼고는 오- 오케이, 오케이, 하며 바로 돌려주셨다.)
3. 짐 검사까지 끝내면 안내원이 물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린다.
4. 안내원이 문을 열고 국회의사당 건물까지 안내해 준다. (이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동하는 것이니 사진 찍는 건 자제하고 - 사진은 나오면서 찍으면 됨 -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5.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사당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옥상이 바로 펼쳐진다.
옥상을 지나 돔 내부로 들어가면 미래 도시(?)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왜 이런 모습인가 했더니, 유리 돔 구조물에서 태양열에너지를 수집하고, 가운데에 있는 거울 기둥은 본 회의장으로 빛을 반사하여 친환경적 조명 역할을 하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유리 돔을 빙 둘러싼 나선형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베를린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에는 잘 안 나왔지만) 투명한 돔 유리를 통해 베를린 시내를 360도로 즐길 수 있었다.
어디서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나- 싶었더니 돔 맨 윗부분은 뻥 뚫려있었다.
돔 꼭대기로 올라가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었다.
정중앙에 보이는 유리를 통해서는 의회당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독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철저히 감시받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어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유리 주변을 빙 둘러싸고 예전 독일 국회의사당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도 같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내가 방문한 날에는 독일 어느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을 왔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사진을 보며 설명 듣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어렸을 때부터 국회의사당에 방문하여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의회당 내부도 실제로 본다면, 살아가면서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공짜로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간 거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까지 국회의사당을 개방한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고, 그 공간에 접근하기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의회당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도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국회의사당까지 갈 이유가 없는데, 무료로 전망을 볼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쯤은 가보려고 하잖아요? 나처럼)
베를린 시내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친환경적으로 설계해 놓은 건물도 인상적이었고, 정치의 투명성을 위해 스스로 감시받으려 하는 그들의 의지도 느껴지는 것 같아 살짝 감동까지 몰려왔다.
한국 국회의사당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남의 나라 국회의사당에서 이렇게 감동하다니... 참 복잡 미묘하다.
베를린 시내를 한눈에 보고 싶은 사람도,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도, 한 번쯤 가보면 참 좋겠다고 느꼈던 독일 국회의사당, 예약하는 법은 아래와 같다.
(복잡하진 않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끝까지 잘 따라와야 한다..!)
1. 링크 클릭하여 예약 시작
정보 수집 정책 등등에 동의
방문할 타입 선택 : 난 Visit to the dome으로 선택했다. (아무런 안내 없이 돔만 가서 구경하는 것)
방문할 사람 수 입력
방문할 날짜 선택
시간대 선택 : 날짜를 선택하면 방문할 수 있는 시간대가 나오는데,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정하면 된다.
인적사항과 이메일 입력 : 여기에 입력한 이메일로 확인 메일이 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보통 여기까지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거
2. 첫 번째 메일
위와 같은 메일이 오면 링크를 클릭해서 방문할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입력한다.
주의!
메일을 받고 24시간 내에 방문객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예약 요청이 취소될 수 있으니 되도록 빨리 입력해야 한다.
3. 두 번째 메일
첫 번째 메일의 미션을 잘 끝내면 두 번째 메일을 받게 된다. 내 예약이 제대로 전송되었다는 걸 알려주는 메일이다. 이때 pdf 파일이 첨부되어 올 텐데 이건 예약 확정 메일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4. 세 번째 메일 - 최종!
두 번째 메일까지 받았다면, 다음 최종 메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진짜 마지막으로 최종 확정 메일이 온다. 이때 내가 선택했던 1순위부터 3순위 시간대 중 하나를 선정해 예약을 확정해 준다. (내가 선택할 수 없음, 국회의사당 쪽에서 임의로 선택해서 알려줌)
이 독수리처럼 생긴 문양이 박힌 pdf 파일이 와야 최종 확정된 것! 이 파일을 인쇄해 가거나 폰에 사진으로 저장해서 여권과 함께 보여주면 된다.
쇼핑하는 것처럼 한 번에 딱 끝나는 게 아니고 메일을 3번이나 받아야 끝나는 절차지만, 국회의사당을 무료로 개방하는데 이 정도 절차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나라에 여행 가서 그 나라에 대해 호감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지나가던 길거리가 지저분해도, 내가 갔던 식당의 직원이 불친절해도 그 나라에 대한 호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금사빠 마냥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누군가의 매력을 발견해 버린 것처럼, 아직까진 베를린을 그렇게 좋아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호감을 느끼게 해 버린 국회의사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