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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으니 Oct 05. 2023

술타령이 클레식이 된다면?

Morning Question!


질문하면 달라진다 p164

 

 남편은 밥을 먹을 때같이 소맥을 먹기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배가 엄청 많이 커졌다. 유별나게 툭 튀어나온 배가 내 눈에 늘 거슬리게 한다. 그래서 그 배를 늘 째려본다. 만약에 남편이 "귀한 손님"이라면 '내가 이렇게 했을까?' 매서운 눈초리보다는 상대방이 난처하지 않게 아무렇지 않게 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귀한 손님의 건강을 염려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님"이라는 사람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이 집에서 반주할 때면 내가 밥 먹을 때까지는 재미있게 들어준다. 하지만 내가 밥을 먹고 나고도 미주알고주알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늘어놓을 때면 나는 슬쩍 일어나 화를 내며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좋아하는 술로 배가 나오고 나중에는 영양가 없는 말만 하는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님이라면 내가 어떻게 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님에게 쓸데없는 말 같지 않은 말을 한다고 타박하면서 일어나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 귀한 손님이 배가 나오더라도 걱정하며 건강을 생각해서 식후에 차를 마시려고 했을 것이다.


 한 번은 직장으로 나를 데리러 온 남편의 차를 함께 일하는 동료와 탔다. 남편은 늘 차를 탈 때,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음악 같은 것은 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나는 핸드폰 문자를 하느라 말이 없어서 남편은 어색한 음악만 틀다가 헤어졌다. 내가 괜히 차를 같이 타자고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그 동료에게 어제 우리 차를 타서 고생이 많았다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 동료는 남편이 너무 멋져서 말문이 막혔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한바탕 웃어서 넘겼지만,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게 되었다.


 "당신은 관리를 참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술에 약해서 배가 나오게 하냐! 앉아있으니까 배가 안 보여서 다행이지, 배를 봐야 하는데!" 하면서 놀려줬다. 그리고 "나는 당신과 미워도 오래도록 같이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제발 술 좀 적게 드세요!"라고 했다. 이렇게 나는 매일 술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도 술타령으로 끝난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나는 남편에게 "지인들과 밖에서 술을 먹을 수 있지만, 집에서 먹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하며 대안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것은 내 희망 사항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본인은 아직도 그 달콤한 술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 큰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보내듯 남편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관심도 없는 클래식을 틀어놓은 것처럼 듣지 않는다. 이렇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늘 아들과 남편에게 본인의 의지보다 내 희망 사항을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귀한 손님’처럼 생각해야겠다. 내 희망 사항이 이루어지도록 남편, 아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애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귀한 마음부터 가져야겠다. 잔소리보다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다가 어제 밥을 먹고 산책하자고 했더니, 놀라면서 좋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변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사람과 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고 고맙게 생각해야겠다. 똑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좋은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곧 사라질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질문하면 달라진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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