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면 안 되는 것들과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건, 아이를 떠나보내고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습관적으로 회사를 오가는 것 외에는 TV를 켜놓고 멍하니 누워서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아이 생각에 눈물만 훔쳐내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준이와 함께 했던 작고 소중했던 순간들이 어느 순간 잊혀지면 어쩌지?'
아이가 좋아했던 것들, 아이와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 아이와 함께 갔던 곳들...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기 전에 하나씩 기록해 놓아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아이와의 일을 떠올리는 것부터 힘이 들었다. 좋았던 일은 좋았던 대로, 아팠던 일은 아팠던 대로 힘겨워서 끄적이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글도 많았고, 아예 몇 개월을 덮어놓고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나 조차도 힘들다는 이유로 기억해주질 않는다면 누가 내 아이를 기억해 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글쓰기에 도전해 본다.
글을 쓰다 보면 너무 그립고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흘러내릴 때가 많지만, 온전히 아이 생각만 하게 되면서 불안하고 복잡했던 내 감정이 조금씩 진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를 추억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글쓰기가 한편으로 내 마음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 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난 평생 내 아이를 잊지 못하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 아파하겠지만, 이렇게 아이 생각을 하며 글을 쓰며 하루하루 견디고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 아이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될 때가 올 거란 기대도 있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하겠지?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다른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공유해도 될까라는 고민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해도 된다는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 조심스럽다.
하지만, 아이가 난치병 판정을 받았을 때, 간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블로그나 카페 등에 우리 아이와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인터넷에 찾아보는 것이었다. 드물지만 같은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희망도 보았고, 용기도 얻었고, 정보도 얻었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했고, 안타까운 사연에는 같이 슬퍼하고 그랬다. 내가 그들의 글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은 것처럼, 이제 나도 다른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록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셈이 되었지만,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가 과거의 나처럼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없다면 더 좋겠지만, 혹여나 그런 분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안 좋은 상황에 대한 든든한 대비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용기 내어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