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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기 Nov 06. 2024

그래서, 실크로드/인생의 첫 북토크란 것을 마치고_ 2


씽크스마트 출판사, 김무영 편집장님:

"진영쌤, 혹시 제가 조금 더 일찍 도착해도 될까요? 미리 점검도 좀 하고 준비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북토크를 앞두고서 나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주시던 편집장님은 참 고맙고 섬세하게도 한참 먼저 연습실에 와주셨다. 아마도 나에 대한 우려가 가시질 않으셨을게다. 바이크를 타고 달려오신 편집장님의 얼굴이 내게 구세주로 보였다. 진동하고 불안정하던 마음이 한결 풀어지고 부드러지고 든든해졌다.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모든 심경을 토해내듯 토로하고 싶었다.



편집장님이 여러가지 질문으로 나의 마음을 들춰보셨다. 비교적 일상적이고 답하기 쉬운 질문들로 시동을 걸다가 갑자기 훅 깊이 들어오는 다소 날카롭고 난해한 질문들까지 다채로운 깊이감으로 세포를 탁탁탁 혹은 찰싹찰싹 두드려주셨다. 예전에 편집장님을 만날 때는 낯설고 어색하고 두려워서 긴장을 참 많이 했었다. 작가이시자 강사이시자 편집자시니 그 앞에서 나의 민낯의 단어력과 문장력이 평가받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바지런히 자기검열을 하고 필터링을 하면서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편집장님 앞에서 다 내려놨나보다. 하긴 그동안의 작업으로 이미 모든 민낯은 다 드러났으니까. 모래성 같은 나의 방어막이 세상 무익한, 세상 무의미한 몸짓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나보다. 이제는 편집장님 앞에서 필터링없이 나오는대로, 어버버하는대로 그저 그대로 놔두는 것을 보니.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속에, 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속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수강생분들이시자 친구분들이 오시기 시작했다. 출판사 대표님과 다른 편집자님도 오셨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름답고 풍성한 꽃과 선물들을 한아름 들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될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게 현실인가... 이게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인가... 지금 내가 나인가..? 나는 마치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비현실적이고도 초현실적인 것 같은 상황속에 내던져서 도저히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북토크란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모든것을 편집장님께 맡길 수 밖에 없는, 매우 취약하고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였다. 정신을 차리자 하면서도 차릴 수가 없으니 흘러가는대로 놔두자 했다. 그러다가도 현실상황의 거대함과 리얼함에 마음을 온전히 흐르는대로 차분하게 가만히 놔둘수가 없었다. 편집장님의 진행으로 어찌어찌 북토크란 것은 흘러가고 있었다. 편집장님께서 자리에 와주신 수강생분들께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셨는데 그럴때마다 수강생분들이 원래의 모습대로 말씀을 잘해주셨다. 그걸 보면서 내가 알던 나의 친구분들이 정말 맞구나... 겁내하지 말고 그냥 격식없이 내가 원래대로 말하던 듯이 하면 되는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마음이 살살 풀어지기도 했다. 한 수강생분은 평소에 표현을 안하는 분이신데, (그래서 사실 정말 북토크에 오실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북토크 자리에서는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주셔서 내게 큰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해주셨다.



진행고수이신 편집장님 덕분에 북토크는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메세지 스피치를 제일 먼저 하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의 흘러감 속에서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았다. 안하고 끝날 수도 있겠다 라는, 약간의 빛 같은 것이 내 안에 희미하게 자리잡을 때쯤 편집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책 내용에 대해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하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제 마음을 아주 조금은 놓은 상태가 되었는데, 그래서 외운 내용이 더더욱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가 되었는데, 내 차례가 된 것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그래서, 실크로드/씽크스마트 출판/ 첫 북토크다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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