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드디어 오늘이네요. 긴장도 되시겠지만 더 많은 힘과 용기 받는 시간 되시면 좋겠어요. 완전 응원합니다."
"지금 많이 떨릴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잘 할 수 있을거야."
2024년 11월 4일 아침, 출판사 편집장에게서, 수강생분에게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카톡 메세지가 와 있었다. 2024년 11월 4일은 나의 인생 첫 책 <그래서, 실크로드> 북토크/ 다과회가 있던 날이었다. 책을 출간하면서 북토크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아직 책도 나오기 전이라 실감이 안나고, 퇴고를 비롯하여 여러 상황들에 분주하여서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단 발등에 떨어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책이 세상밖으로 나왔고, 인생 처음으로 북토크라는 것을 이제는 진짜로 해야했다.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담은 메세지를 글로 작성해놨다. 그런데 이걸 외워서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해야 한다... 북토크가 현실로 다가오니, 북토크 며칠전부터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계속 뭉근하게 속이 안 좋고 머리가 아팠다. 한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열리면 말을 하지만, 두 사람 이상만 되이도 말을 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나에게 관심이 없을텐데, 내 이야기가 재미가 없을텐데 억지로 들어주어야 하는 고역에 맞닥뜨리게 만드는 것 같아서. 두 사람 이상이 집중해서 들을만큼 그렇게 매력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가치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을 잘 하는 사람도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입을 닫고 가만히,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편이다. 그렇게 내 방식대로 살 길을 찾으며 살아왔건만, 웬 걸. 북토크다. 미룰까..? 미룰 수 있을까? 아니, 이제는 도저히 피해갈 수가 없다. 숙명이었다.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북토크 당일 날, 앉아서 일어나서 다양한 위치에서 메세지 예행연습을 해보았다. 자꾸 잊어버리고 틀리니까 무척 불안했다. 낱낱이 다 외워서 술술 자연스럽게 메세지를 하기란 내게 역부족이었다. 일단 메세지가 길었고, 그렇다고 메세지를 안 외우고 내 속에 있는 것을 그냥 진솔하게 말하는 식으로 가자니, 그러기엔 미래에 벌어질 여러 가능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이 당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게 될지 도저히 마음을 놓고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북토크에 출판사 분들과 나, 이렇게 4人만 참석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와주시라고 극도의 의지력을 발휘하며 사람들에게 공지했던 활동 탓에 이미 나의 모든 심리적 정신적 에너지는 탈탈 털린 빨간불이었다.
오실 분들을 위해서 다과를 준비했다가, 다시 메세지를 연습했다가, 괜히 연습실 안을 돌아다니며 안절부절 앉았다가 일어났다했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았고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 한 알을 삼켰다.
'과연 오늘 내가 정신을 잃지 않고 어버버 거리지 않고 무사히 잘 마칠 수는 있을까?... 혹시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정말 이따가 사람들이 오시기는 할까...? 과연 이것이 현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