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움직이기 Nov 02. 2024

그래서, 실크로드/ 새벽녘 그녀의 책 리뷰



"선생님 연락받고 너무 반갑고 기뻐서 마음이 두근두근했어요.… 요즘 엠넷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방송을 하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 진영샘... 하며 남편에게 그리운 선생님 하고 몇번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마음껏 표출 했던 그 때, 선생님과 수다떨다가 늦은 지하철을 탔던 그 때는 항상 그립습니다.… 아가도 무럭무럭 크는 중이에요. 언젠가 복직해서 해서 일도 하고 또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무용도 다시 기웃기웃 거려볼 날이 오겠지요. 그때가 되면 또 선생님을 뵙고 싶어요. 제 30대 초반의 은인 진영선생님 행복하세요. 출간을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싱글이었다. 무척이나 이국적이고 도도하고 예쁜 외모와는 전혀 다르게, 참 아이같이 순수하고 사근사근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일 끝나고 1시간 정도의 거리를 달려서 꼬박꼬박 레슨을 하러 오셨다. 그러던 어느 봄여름날 그녀는 소개팅을 하러 간다고 무심하게 툭 말씀하셨고, 당시에는 그 소개팅 남자분이 그녀의 남편이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아마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레슨이 끝나고 그 소개팅 남자분은 항상 연습실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 그를 보고 싶어서 밖에서 기다리던 그에게 다가가 인사도 몇 번 했고, 그렇게 그 소개팅 남자분의 차를 얻어타고 퇴근도 두어번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 남자분이 꽃같은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 그녀의 미혼시절의 끝자락에서 만남, 연애와 결혼의 역사를 옆에서 바라보면서 인생의 신비하고도 벅찬 흐름에 무척 놀라워하며 감동했었다. 2022년 그녀의 결혼식에서 축무를 하던 그 벅차고 영광스러운 순간은 잊을수가 없다. 그건 정말 참 잘한 일이었다.


이제 그녀는 한 소중한 생명을 일구어가는 엄마가 되었다. 그녀가 보고 싶을 때 가끔 그녀의 카톡 사진을 찾아보곤 했었다. 그녀의 아가는 눈도 못뜨던 한 여린 생명이었다가 어느덧 두발로 일어서는 장성한(?) 아가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보내준 사진 속에서도 참 신기하고도 신비롭게도 그 어린 생명은 무럭무럭 푸릇푸릇하게 자라나고 있다. 나를 기억해주시고, 가끔 그리움에 나를 떠올린다는 그녀의 메세지, 너무 고마웠다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메세지에 가슴이 왈칵 뭉클해졌다.


그리고 다시 어젯밤 새벽녘, 그녀에게서 온 장문의 메세지.​


"선생님, 늦은 시간에 카톡드려 놀래실까 걱정되지만 마음 전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실크로드 책 수요일날 받아서 아기 낮잠시간에, 아기 밤에 재운뒤에 틈틈이 읽다보니 뚝딱 다 읽었어요. 선생님의 여행기와 삶의 고민,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 궁극적인 목표... 이 모든 내용들이 진실하고 담담하게 담긴 이 모든 글자들이 너무나도 제게 와 닿았어요.


여행지의  낯섬과 새로움 속에서도 외로움과 권태는 존재하죠. 선생님이 겪은 과정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고독해지기도 했어요. 그러다가도 여행지의 아름다운 광경에 압도되어 현실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린 채 시간이 멈추기를 간절히 바라게되는 그런 순간들까지.. 제 마음에 생생하게 와 닿더라고요.


출산하고 글도 말도 많이 안 쓰다보니 표현이 잘 안되지만, 정말 벅차게 재밌게 또 조금은 슬프게도 읽었네요. 글을 읽는 순간마다 선생님의 얼굴과 표정, 말투가 그러져서 상상하게 되고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낳고 늘 똑같은 곳, 아파트 단지 산책, 아기강좌, 아기엄마들과의 만남...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고 글을 읽지 못했는데, 간만에 몰입해서 읽다보니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전환도 되고요.


여행하는 날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치열하게 내면을 들여다보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마주하게 된 선생님 자신의 열망과 의지가 저에게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20년을 걸어온 그 길과 세계를 저는 헤아릴 수 없지만, 선생님의 고민 깊던 밤들이 느껴져서 먹먹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정말 멋지고 열정적이고 뼛속까지 무용인이세요. 저는 압니다. 그것만큼은 제가 겪어봤으니까요.


가끔은 고민에 잠기는 날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분이시니 언제나 잘 일어서실거라고, 하루하루 묵묵하고 묵직하게 잘 걸어나가실거라 항상 믿습니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실크로드/ 새벽녘 그녀의 책 리뷰/ 함께 춤추던 그때
작가의 이전글 [그래서, 실크로드] 출간 이후의 나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