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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기 Nov 09. 2024

그래서, 실크로드/ 인생의 첫 북토크란 것을 마치고_4


"오늘 시간을 내주시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참 감사합니다. 또한 출판의 전 과정동안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신 편집장님과 대표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 첫 북토크가 끝났다. '과연 누가 오시려고 할까...?' 나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님과 대표님만 덩그러니 앉아있게 될 것 같아서, 진짜로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사실 많이 두려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북토크에 와주시라고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다. 시간을 내서 북토크에 올 정도로 관심이 있는게 아닌데, 내가 왠지 강요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워서. 사람이, 세상이 나에게 그 정도로 관심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람의 관심을 받을만큼 대단한 쓸모와 매력을 지닌 사람도 아니니까 말이다.


'나의 첫 북토크에 , 나를 축하하고 응원해주기 위해 올 사람들이 있을까? 귀한 시간을 내서 올 사람이 정말로 있을까?'


사실은 내가 사람들 가운데에서 마음껏 축하를 받고 응원을 받을만큼 가치있는 존재, 선한 존재,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더 깊이 묻혀있는 어떤 무의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현재까지는 이 정도로 들춰 보여진다) 그동안 삶을 살면서 철없는 실수도 너무 많이 하고, 부끄러운 짓들도 너무 많이 했으니까. 그 과거의 행실들을, 그 시간들을 나 자신은 아니까. 그런 업습에 대한 나 자신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아닐까?


사람(세상)은 중요하지 않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이것을 명명백백 눈으로 확인받게 될 까봐 두려워서 웬만하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 편이 사실을 확인받는 편보다 훨씬 나으니까. 그러나 책출간과 연계된 일련의 상황 속에서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책출간 홍보부터 북토크까지 모든 과정들이 부담이었다. 나의 강요로 인해서, 마음에도 없는데 관심있는 척 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역이 먼저 자연스럽게 떠올라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죄송스러웠고, 그래서 또한 무척 무겁고 부담스럽도록 감사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사람은, 세상은 나에게 반응을, 관심을 보여주었다. 북토크에는 내 예상과는 달리 여러 분들이 와주셨다. 너무 축하한다고, 응원한다는 그 말과 눈빛은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도무지 안되서 못 오시게 된 몇몇 분들이 보내오신 메세지에서도 그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책 출간 소식을 알릴 때도 비슷했다. 두려워서 눈쌀을 찌푸리고 전전긍긍하면서 출간소식 메세지를 보냈었다. 싸늘하고 차가운 반응 혹은 무반응을 예상하며 마음을 단단히 여미었으나, 그런 나의 몸짓이 참 무색하게도, 나의 소식에 무척 반가워하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지인들의 반응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진심이 담긴 메세지들에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확 뜨거워지며, 따뜻한 피가 도는 것이었다.


어쩌면 세상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닌가보다. 어쩌면 세상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있을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작디작은 존재만은 아닐 수도 있다.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그동안의 내 생각이, 그동안의 내 세상이 조금씩 물러지고 있다. 세상은 이제 한층 열려있고 부드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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