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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ejuli Sep 10. 2021

와인은줄리랑14_와인 똑똑하게 음미하기

와인 마시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와인 전문가들이 보기 민망한 방법으로 와인을 마실 때가 있다. 코를 와인 잔에 파묻고 킁킁거리다가 입 안에서 굴리기도 하고 후루룩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독특한 방법으로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워낙 여러 가지 맛이 응축돼 있어서다. 


그래서 와인을 샅샅이 파헤치고 싶을 때 이렇게 마신다. 천천히 오래 음미하다 보면 여러 가지 맛이 한 가지씩 느껴진다. 와인을 마실 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과 순서는 이렇다. 


1. 잔에 와인을 1/4에서 1/3 정도 따른다. 

2. 잔을 하얀 바탕에 대고 살짝 기울여서 색깔도 보고 살짝 흔든 다음 액체가 묽은지 걸쭉한지 살핀다. 

3. 잔을 돌리면서 코를 살짝 대고 향을 맡는다. 

4. 천천히 마시면서 혀 위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맛을 본다. 

5. 입술을 오므리고 후루룩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맛을 보면 입 안 가득 맛과 향이 퍼진다. 

6. 조금씩 삼키면서 목 뒤나 혀에 남은 여운을 즐긴다. 시각, 후각, 미각의 순서로 와인을 느끼는 거다. 


먼저, 와인 잔을 기울여 와인의 색깔과 농도를 보면 대강 어떤 와인인지 알 수 있다. 품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색이 짙고 불투명한 레드 와인은 투명하고 선홍빛이 도는 레드 와인보다 맛이 진하고 타닌이 많아 비교적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질이 좋은 와인일 확률이 한결 높다. 화이트 와인은 숙성될수록 색이 진해지고 맛이 걸쭉해진다. 


다음엔 와인 잔을 코에 대고 향을 맡으면 좀 더 분명하게 와인의 성격이 보이는데, 과일 향이 확 퍼져 올라올 수록 좋은 와인이다. 보통 질이 낮은 와인은 과일이나 꽃, 나무, 흙 냄새보다는 코를 자극하는 알코올 냄새가 더 강하다. 


와인을 따르자마자 냄새를 맡지 말고 몇 번 휘휘 돌리다가 코를 갖다 대면 좀 더 잘 느낄 수 있다. 향이 공기와 만나고, 온도가 높아지면 숨어 있던 향들이 잔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신기한 건 숙성이 돼야만 나는 향이 있다는 거다. 


잘 숙성된 와인을 눈을 지그시 감고 집중 하면서 맡다 보면 이런 향을 맡을 수 있다. 레드 와인의 경우엔 낙엽이나 버섯, 담배, 가죽 냄새가 난다. 화이트 와인은 푹 익은 과일, 나무, 버섯 냄새가 나 면 숙성이 된 와인이다. 마지막으로 입 안에 머금고 가만히 맛을 느낀다. 


초보자라면 와인을 입에 머금었을 때 단맛, 신맛, 떫은 타닌 맛, 알코올이 느껴진다면 8할은 성공이다. 좋은 와인은 이 네 가지 맛이 잘 어우러져서 감칠맛이 나기 때문이다. 



줄리's TIP

 ‘와인의 눈물’을 아시나요? 

와인을 따른 잔을 힘주어 돌리다가 가만히 두면 잔 안쪽으로 얇은 와인 막 이 여러 갈래로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비 오는 날의 유리창처럼 말이다. 이 와인 줄기를 바로 ‘와인의 눈물’ 이나 ‘와인의 다리’라고 부른다. ‘와인의 눈물’이 천천히 내려오는지 빨리 내려오는지를 보고도 와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천천히 흘러내릴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고 타닌이 풍부한 진득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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