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와인 속에서 다양한 맛을 찾는 재미
라벨에 품종이 명시되지 않은 와인의 정체는? 이런 와인은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 만들었다고 해서 ‘블렌디드 와인(Blended Wine)’이라고 부른다. 즉 여러 가지 맛과 향을 섞어서 복합적인 다양한 맛을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블렌디드 와인의 대표 산지는 프랑스 보르도다.
보르도는 품종과 와인 농장에 따라 한 품종을 발효시켜 만든 원액과 또 다른 품종을 발효시켜 만든 원액을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에 카베르네 프랑을 적당히 섞고, 화이트 와인은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섞는다. 하지만 매년 같은 비율로 만드는 건 아니다. 포도 품종에 따라 수확하는 시기가 달라서 그해의 기후나 여건을 보고 어떤 포도를 얼마만큼 넣을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보르도의 유명한 와인 농장에서 만드는 대중적인 와인인 무통 카데(Mouton Cadet)는 2007년엔 메를로 55%, 카베르네 소비뇽 30%, 카베르네 프랑15%를 섞었다. 하지만 이듬해에 메를로보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품질이 더 좋으면 카베르네 소비뇽을 더 많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도 반드시 참은 아니다. ‘무조건 농사 잘된 품종을 더 많이 넣는다’라고 단순화해서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각 와이너리에는 블렌딩하는 사람을 따로 두는데, 이들을 블렌더(Blender)라고 한다. 어디서 난 어떤 포도로 만든 와인을 얼마만큼 섞을지 결정하는 건 오감을 집중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블렌더는 후각과 미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대를 이어서 할 정도다. 그만큼 천부적인 자질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어떤 와인 애호가들은 맛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블렌디드 와인을 꺼린다. 대신 부르고뉴 와인을 사랑한다. 같은 프랑스에 있지만 보르도와 부르고뉴는 블렌딩에 관한 한 확실히 극과 극을 달린다. 앞서 말했듯 보르도가 블렌디드 와인의 제왕이라면 부르고뉴는 한 가지 품종만으로 승부한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이를테면 보르도 와인은 화장 곱게 한 미인이고 부르고뉴는 자연 미인이라는 거다. 보르도 와인은 사람의 손이 만들어낸 창조물이기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이 더 위대하단다. 하지만 이 논리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각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블렌디드 와인이건 단일 품종 와인이건 각기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블렌디드 와인에 숨겨진 다양한 향을 하나하나 찾아도 보고 부르고뉴 와인의 각기 다른 흙 기운을 느껴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와인 가릴 것 없이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 떨면서 맛있는 와인을 마시는 그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즐기는 블렌딩 화이트 와인 하나, 레드 와인 하나 추천
신선한 복숭아 향과 잘 숙성된 고소한 풍미가 두드러지는 화이트 와인
웨스트 와일더 화이트
West Wilder White
딸기와 나무 향이 잘 어우러진 부드러운 레드 와인
샤토 몽페라 루즈
Chateau Mont Perat Rou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