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기록
스님과의 대화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저번 봉은사에서의 경험도 좋았지만, 이번에 다녀온 절도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위치나 시설적인 면에서 강력 추천까지 아니어서 절 이름은 생략)
스님과의 차담회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해 9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2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함께 참석했는데, 그 대화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1.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님의 질문에 다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행복, 건강, 평화, 성공, 풍요 등 다양한 답들이 나왔고, 나는 '자유'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스님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씩 뽑아보라고 하셨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단어는 '사랑'이었다.
스님은 지금까지 수십 번 이 질문을 해왔지만, '행복'이 아닌, 사랑이 마지막으로 남은 적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 사랑이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배려해 주는 것.
- 반면, 상대방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길 바라는 것은 '집착'이라는 말씀이셨다.
사랑의 뒷면엔 집착이 있다.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2. 행복의 상위 개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손을 들었다.
"저는 그동안 행복이 최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프라 윈프리의 책 <위즈덤>에서 '행복이란 나로부터의 자유'라는 말을 보고 깨달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정신적 자유, 경제적 자유, 그리고 건강도 신체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
스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바로 말씀하셨다.
"맞아요. 행복보다 상위 개념이 자유예요."
그리고 평소대로 '행복'이란 주제로 하시고 싶었던 말씀을 이어가셨다.
불교에서 중시하는 '내려놓음'과 자유가 연결되며, 물건 정리에 대한 생각도 떠올랐다.
그래, 내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듯이 설레지 않는 물건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지.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내 물건과 공간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공간에서 자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3. 경험의 중요성
스님께서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45세까지는 많은 경험을 하라고 조언하셨다. 그 이후에는 곤란하다고 하셨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해왔기에 안심이 되었지만, 요즘 완벽을 위해 너무 몸을 사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와 도전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본질적인 깨달음은 머리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얻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한다.
4. 공덕
차담회가 끝날 때쯤, 스님이 멀리 있던 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녁 먹고 그릇 닦아주려던 사람 맞죠? 자연스럽게 물 잔을 건네면서 그릇을 가져가려고 하길래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여기 어머니가 그 공덕을 빼앗아 가셨지요."
80대의 건장한 어르신이셨다.
"몰랐어요~~!!"
맞다. 내가 물을 뜨러 가면서 스님께서도 다 드셨길래, 물 한 잔을 드리면서 그릇을 받으려고 하는 찰나, 뒤에서 해맑게 그릇을 가져가셨다.
웃음꽃이 피었고, 나는 앞에 계신 그분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하하. 호호.
'공덕이라고 하는구나. 빼앗겼어도, 감사하다.'
5. 에필로그 : 스님의 유머
줄을 서서 식사를 기다리는데, 스님께서 앞에 서시며 퀴즈를 내셨다.
“내가 당신 앞에 설 수 있다면, 이걸 세 글자로 말하면 뭘까요?”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데, 스님께서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새치기!" ㅎㅎㅎ
네, 스님. 먼저 드셔요.
유머는 참 좋다.
템플 스테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들이 결국 물건 정리와도 맞닿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자유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과정임을 다시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