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컨설턴트의 결단
정리컨설팅을 거절한 3가지 유형의 사람들
“제가 도와드릴 수 없어요.”
는 정리 컨설턴트로서 가끔 내려야 하는 결단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도울 수 없거나 정리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정리 도움을 요청하고도 내 노력을 단순한 '노동'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대행업체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경우, 아무리 열심히 도와줘도 상대는 진정으로 얻어 가는 것이 없다. 감사는 정리를 시작하며 공간과 물건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의 첫걸음인데, 그런 마음이 없으면 정리의 의미도 퇴색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내 지인들이었다.
결국 정리를 마친 지인 중 한 명은 6개월이 지나 다시 집이 엉망이 됐다며, 도와달라고 연락해왔다.
이번에는 내 의사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상담할 때 나보다 정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분이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정리축제라는 일생의 큰 이벤트를 시작할 엄두가 서지 않는 것 같았다.
정리축제를 권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정리 조언들을 몇 번에 걸쳐 알려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정리 축제를 시작하려는 용기를 내보였다. 정리의 가치를 깊이 공감하는 듯 보였던 그녀는, 컨설팅 방식과 시간 그리고 금액을 계속 조정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말을 덧붙였다.
“제가 돈 주고 정리를 배운 걸 알면
사람들이 저를 비웃을 거예요.”
처음에는 체력 부족으로 인해 생긴 불안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내 일을 비웃는 건가?
아니면 자조적인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말을 아낀다.
그녀의 의도는 분명하지 않지만, 몸이 아픈 분이기에 내가 도와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숨고에서 자신의 정리방식에 맞게 체력적으로 도와주실 분을 찾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여러모로 힘이 빠진다.
80대 어머니를 둔 따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어서 꼭 뵙고 싶었다.
6.25를 겪은 어머님은 각기 다른 추억들이 담긴 옷, 물건들과 함께 시내 고급 실버타운에 살고 계셨다.
하지만 치매 증상이 조금 있으셔서, 물건을 선택하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기억하지 못할 물건들은 일단 박스에 넣어두고, 수납 전문가 한두 명을 고용해 함께 돕는 방법을 권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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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이 불안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돈이 될 수도 있는데, 돕는 것이 즐겁다면서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경험을 통해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을 도울 수 없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해지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것도 내가 정리를 통해 얻은, 귀한 지혜이다.
일생에 한 번 하는 큰 이벤트인 정리축제, 정리컨설팅은 단순한 정리 작업이 아니라, 물건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지능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감사’의 마음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단순한 일의 효과를 넘어서, 내가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