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주저리주저리
1.
기록을 멈췄다.
일기를 들춰보니 8월부터 요즘까지, 2개월 정도였다. 끊긴 건 8월이지만, 7월부터 일기를 몰아 쓰곤 했다. 일에 치여 살기도 했고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과 마주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일기를 안 쓰니깐 매 순간의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분명 떠올랐는데,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10월의 기록을 시작했다. 안 하다가 다시 하려는 게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색하다.
2.
불안은 관계에서 온다.
썼던 일기를 들춰보니, 나는 여전히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일기 속 나를 보고 있자니, 불안의 근원이 관계임을 알게 된다.
- 사람 간의 관계 :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누가 챙기나?"... 너무 아이 같은 생각이다. 나는 내가 챙겨야지. 그들도 자신을 지키려 그랬을 테니깐.
- 일과의 관계 : 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말 거대하게 존재해 나를 압박한다. 큰 트로이 목마처럼,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것이 얽혀 또 수많은 사람 간의 관계를 파생한다. 일과의 관계는 깔끔히 마무리 짓기 전까지 계속된 불안이 수반된다. 일이 어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책임감이다. 그래서 다들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을 하라"라고 하는 것 같다. 사랑한다면 불안해도 버틸 힘이 생길 테니깐.
그래서 나는 일을 사랑하고 있나? 사랑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3.
영감을 주는 사람들
불안은 싹 다 잊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책에도 있고, 인터뷰 영상 속에도 있지만 그간은 특히 주변에 많이 있었다. 행보 자체만으로도 영감을 주는 사람들,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들이다. 영감을 주는 기준은 신기하게도, 나이와 경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의 삶의 태도, 느껴지는 에너지 같은 것에서 온다. 일일이 다 표현하진 못해도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들 간의 관계는 영원히 지속하고 싶다.
4.
불안은 친구, 행복은 손님
행복한 삶을 기본값으로 두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을 하나둘씩 제거했고, 처음엔 꽤 행복하다고 느꼈다. "불안하지 않으니 행복하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새 불안은 내 삶에 잠식해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불안은 늘 함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불안은 평생 제일 많은 시간 함께하는 친구 같은 거였다. 그 불안이라는 친구를 잘 다스리며 어깨동무하고 가는 사람들이 진짜 멋진 어른이다. 그들의 과거를 보면 하나라도 더 행동하고, 하나라도 더 경험치를 쌓아왔다. 수많은 행동과 경험이 불안을 무뎌지게 만든다. 나 역시도 "불안해서 불안"했는데, 이제는 "불안하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 지점들을 점점 더 넓혀가야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간간히 행복이 찾아온다. 그 간간한 행복이 너무 강력해서, 그 여파로 다시 불안을 돌파한다.
5.
불안, 사람, 사랑, 행복
불안은 관계를 통해서, 관계는 일에서 파도처럼 온다.
불안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친구 같은 감정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을 하자. 사랑은 불안보다 무조건 강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관계를 통해 불안이 아닌 영감을 준다면, 그들과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자.
행복하자, 원하는 삶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