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인생의 낭비일까?
한 축구감독이 2011년에 'SNS는 인생의 낭비이다.'라고 발언한 문장은 꽤 자극적이다. 10년이 더 넘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 그 말이 어느 정도 우리에게 뼈 아픈 공감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 말이 어느 정도 이룰 것 이룬 기성세대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싫었다. 자신이 자라온 세계, 자신이 이룬 성공 공식만이 전부인 것인 양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SNS를 통해 동기부여를 얻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공유하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전시하기도 하며,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과하면 독이 되기에 SNS에 중독하거나 집착한다면 분명 문제가 되지만 그건 비단 SNS여서 그런 것은 아닐 테다. 게임, 술, 마약, 일 등 그 어떤 것을 붙여놔도 말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축구감독의 저 발언은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SNS를 사용하는 전 인류에게 하는 훈계성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 SNS에 책임감 없는 감정적인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었을 뿐이다.
나는 SNS를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다. 축구경기의 하이라이트가 경기의 중요한 득점과 실점 상황을 보여주듯, 내 삶의 단편적인 행복 가끔은 슬픔을 온라인상의 사진집으로 공유한다는 느낌이다. "그걸 왜 굳이 공유하나, 네 일기장에나 써라."라고 말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공유하기 싫은 이야기들을 일기장에 잘 쓰고 있다. 아마 그 사람은 내가 인생의 모든 순간을 모두 SNS에 공유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건 실화 기반의 영화를 모두 실화라고 믿는다거나, 어떤 인물의 다큐나 관찰 예능을 그 사람의 전부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굳이 저렇게 삐딱하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근황이나 고민을 털어놓으면 "SNS에서 행복해 보이더구먼. 문제가 있었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다. 악의가 없는 것을 알기에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네가 뭘 알아.'라는 방어기제가 불쑥 발현되기도 한다.
나는 왜 굳이 공개된 곳에 인생을 수집하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아마 그 이유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일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시작은 학교의 숙제였지만, 나는 숙제치고는 꽤 많이 일기 쓰는 것을 즐겼다. 어딜 놀러 가거나 특별한 순간을 쓰는 것도 좋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뭔가 무난했던 하루도 특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아마 일기에 대한 반응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일기에 1~2줄 정도에 코멘트를 달아주었고, 재밌는 문장에는 빨간색 밑줄과 별표까지 해줬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내 일상을 재밌어하네."라는 생각이 일기를 더 즐기는데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엄마가 보내준 글쓰기(논술) 수업에서도 일기를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과 공유했다. 서로의 일기를 돌려보며 "그랬구나, 저랬구나, 부럽다, 나도 같이 하자, 나도 해야지." 등등의 담화들이 즐거워 일기를 지속했던 것 같다. 그 기억 때문에 일기가 숙제가 되지 않은 지금까지도 일기를 계속 쓰고 있는가 싶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 다이어리에 쓰는 일기란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나 자신과의 솔직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와 반대로 SNS는 어릴 적 타인과 나눴던 내 일기처럼, 같이 나누며 느끼는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내 욕망이 조금 들어있는 것 같다. 친구들보다 더 재밌는 한 주를 보내겠다고 억지로 일상을 꾸며내지 않았듯, 부단히 관심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 그저 누군가가 나의 일상에 공감을 해주면 소박한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그렇게 난 자기만족으로서 SNS에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업로드하고 수집하고 있다. 자랑이 아니다. 자랑이었다면 아마 게시물 올리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자랑할만한 명품 옷이나 고급 차도 없고, 타고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나 이렇게 행복해. 너네들은 안 행복하지?"라고 전파할 생각도 당연히 없다. 그저 또 하나의 기억하고 싶은 챕터를 올리고 수집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이 SNS를 '자랑질'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랑하고 싶으면 자랑하면 되고, 거기에 공감하는 건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SNS=자랑'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는 순간 SNS는 자랑의 경쟁장이 될 것 같다.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커리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인생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SNS는 조금 더 다채로운 선순환이 될 수 있다.
또한 비교로 인한 열등감, 좌절감, 자기 비하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SNS에는 친한 사람, 말 한마디 안 섞어 봤지만 맞팔인 사람, 연예인 및 셀럽, 심지어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게시물들을 너무 빠른 시간에 보게 된다. 그들 각자 나름의 SNS 소비 방법이 있을 텐데 모든 것을 자랑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나도 모르는 새에 질투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나도 할 수 있는 자랑을 찾게 될 것이다. 나와 타인에 행복을 비교하고, 커리어를 비교하고, 외모를 비교하는 순간 분명 SNS는 자신에게 독이 될 것 같다. 비교하는 마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SNS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불현듯 비교를 하고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적절한 자극은 자신에게 건강한 동기가 된다. 그러니 '비교 절대 안 해.' 보다 'SNS=자랑이 아니다.'가 조금 더 쉽고 직관적인 의식의 변화가 아닐까?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음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아.
장기하는 노래 가사 속에서 부럽지가 않다고 말했다. 난 아니다. 부럽다. 겁나 부럽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삶이겠지. 나에게 적용되는 삶은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 여행, 몇몇의 자랑, 장기자랑, 성취, 업적 그런 것들로부터 과한 질투는 경계했으면 좋겠다. 과한 질투는 허무한 경쟁으로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적당한 자극과 동기만 얻고 나는 내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나만의 삶이 있고 나의 속도가 있다. 그러다 또 내 삶의 하이라이트 같은 순간이 온다면 또 한 챕터를 꾸밀 것이고, 몇몇의 사람들과 그 순간을 나눈다는 느낌도 받는다면 베스트다. 난 그렇다. 각자는 또 각자의 이유가 있을 테고.
결국 온라인상에 지속적으로 떠도는 밈, SNS=인생 낭비는 아니라고 본다. SNS=자랑에서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