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그 영화(드라마) 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뇌가 돌아간다.
"안 봤는데 괜찮아요?"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가 될 것 같아요."
오케이. 메모. 메모장에 봐야 할 영화와 드라마 리스트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런가.
넷플릭스만 실행하면 언젠가부터 토가 쏠린다.
오 쉩. 그거 봐야 하는데. 근데 이거 재밌을 것 같네. 저장.
어느새부터인가 밥 먹으면서 영화 본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
밥 먹으면서 좀 쉬고 싶은데, 영화가 돌아가면 어떻게 쉬는 걸까?
영화를 보는 것이 일이 됐다. 나도 모르게 장면을, 이야기를, 캐릭터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쉬고 싶을 땐 예능을 보기 시작했고, 그 마저도 인사이트로 활용하려고 하는 뇌의 자동화 때문에 또 토가 쏠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다큐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축구선수들의 멋있는 골 모음집 같은 짧은 소모성 영상으로... 혹은 그냥 창밖을 보곤 한다.
인풋, 인풋 인풋.
인풋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창의성이란 기존의 창의적인 작품을 분해해서 습득 후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재조립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무언가 잘 안 풀릴 때면 인풋의 부족함에서 이유를 찾고, 늘 인풋을 갈망한다.
오히려 그러니까 더 집중력과 몰입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자!
그런 말들을 반복하며 오늘도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는다.
"그 영화(드라마) 봤어요?"
"봤어요. 그거 너무 좋죠."
본 작품이면 몇 번 대화를 하다가 내 뇌 속에서 사라진다.
그 때문에 본 작품보다는 안 본 작품을 넣어야 한다고 머리가 인지하게 된 것 같다.
영화가 매일의 숙제 같아진 현재.
그럼에도 그냥 재밌게 영화를 즐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특히나 온갖 잡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개운하게 씻고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었을 때.
보다 잠들어도 좋고, 다 보고 잠들면 더더욱 좋을 것 같은 보장된 웰메이드 영화를 찾는다.
그중에서도 테마는 '사랑'이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명작 사랑 영화를 한 편씩 보며 잠들기 시작했다.
또 봐도 재밌고, 예전에 보았을 때 느꼈던 감상과 또 다르게 다가오는 사랑 영화들이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하루에 지쳤다면?
복잡하지 않고 보편적인 주제. 그럼에도 재밌고 자극적인... 우리의 끝없는 욕망의 감정.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면 어떨까.
보장된 재미와 완성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영화라는 것 자체를 다시금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들.
몇 편을 소개한다.
너무 유명한 영화들이라 이미 봤을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을 서로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 본격 사랑 영화 보라고 영업하는 글...!!
1. <이터널 선샤인>
2.<500일의 썸머>
3.<우리도 사랑일까>
4.<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