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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얼른 Jan 12. 2023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습니까?

<우리도 사랑일까>

요즘 애들은 왜 결혼을 안 하니?


"왜겠어요. 배우자와 행복하세요?"라고까지 차마 말 하진 못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미루고, 비혼주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각각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해 보였으면 어땠을까? 나의 또래 90년 대생들은 '취업이 안 돼서, 살 집이 없어서, 모아둔 돈이 없어서, 고정된 성역할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라는 현실적인 이유보다도 '결혼이 무섭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기성세대를 보고 학습된 결혼생활에 대한 방어적 결론이다. 


우리도 연애 때는 안 그랬어. 


"네, 그래서 저희도 결혼하면 바뀔까 봐요..."라는 대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모로부터, 부모세대의 대안적 부모로부터 참 많이도 듣는 단골 멘트다. 달달하고 콩깍지가 낀 부부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의 오랜 부부 관계 안에서 그들 각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많은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 더 용기를 가졌을지 모른다. 


우리가 느끼는 건, 익숙함으로 인해 사라질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본다. 그들은 그들의 일상이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그들끼리의 잦은 말다툼도, 한숨 뒤 사라진 대화도, 우리에게 하는 한풀이마저도 익숙해진 것 같다. 


나는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신은 왜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싶은 욕망과 본능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을까. 나도 내가 봐왔던 부부들처럼 서로에게 익숙해질까. 뜨거웠던 사랑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식어가고 무료해질 때쯤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그 혼란을 대리체험해 주는 영화가 있다.


[이 글은 스포가 없습니다. 이 영화 보라고 (혹은 또 보라고) 영업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익숙해진 결혼생활 속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프리랜서 작가인 주인공 마고(미셸 윌리엄스). 그녀는 일을 하러 여행지로 출장을 가는데 그곳에서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난다. 그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서로일 뿐이었지만, 우연스럽게도 비행기 옆자리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시니컬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어쩐지 끊기지가 않는다.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린 둘은 계속 동행한다. 심지어 집 가는 택시까지도 같이 탄다.  


그렇게 집까지 함께 가게 된 둘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마주 보며 장난을 친다. 한 번씩 입김을 주고받는, 초면엔 할 수 없는 다소 아찔한 장난이다. 자연스레 관객은 그들의 사랑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택시가 멈춘다. 목적지는 다를 것이고 둘은 곧 작별인사를 나누겠지... 하던 순간. 마고는 대니얼에게 고백한다.


"나 결혼했어요." 

그리고 둘은 멋쩍게 택시에서 내린다. 그런데 이런... 마고는 대니얼이 자신의 바로 앞집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눈앞에 일상의 혼란을 주는 대상이 살게 된 것이다. 



마고는 어쨌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남편 루 루빈(세스 로건)과 함께 아침을 맞으며, 서로에게 잔인한 애정표현도 한다. 대가족인 친정 식구를 집에 불러 파티도 할 정도로 행복한 결혼 생활이다. 그런데 마고의 마음은 어딘가 복잡해 보인다. 극 초반 TV에서 지진 재난 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마고의 감정을 대리로 표현해 준다.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흔들림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마고는 동네에서 대니얼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 마고는 본능적으로 대니얼을 밀어내지만,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서로가 너무도 끌리는 둘은 다시금 각 잡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마고는 더욱더 그에 대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그러게 된 이유에는 대니얼의 감정도 한몫을 한다. 그 역시도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두 손뼉은 준비가 됐고, 본격적인 바람이 휘몰아치게 된다. 



이 영화는 일상에 불어온 새로운 사랑에 대한 한 여자의 감정을 굉장히 섬세히 다루고 있다. 보고 있다 보면 마고의 감정에 자신도 이입되어, 새로운 사랑의 바람에 같이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겐 루 루빈이라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정에 헌신적이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만약 남편이 폭력적이거나 이기적이고 상처를 주는 캐릭터였다면 이야기가 더 쉽게 풀릴 수 있겠다. 본격 신데렐라 스토리로 대니얼을 통한 한 여자의 사랑 구제 스토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에 영화는 더 현실적이고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마고의 눈앞에 있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자극과 떨림에 공감하면서도, 그 뒤로 느껴지는 자신의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양가 하는 감정을 이입하며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또한 아까 잠깐 언급했던 대로, 이 영화는 마고에게 부는 폭풍 같은 마음의 바람을 단순히 연기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소품, 상황, 카메라의 위치 등의 다양한 미장센을 통하여 영화적 이미지로 대변되는 장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표현이 어렵지 않고 인물의 감정선을 더해주기에, 보는 재미와 찾는 재미가 쏠쏠한 명장면 가득한 영화이다. 




사랑의 정의

누군가 나에게 '연인과의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내가 가장 친한 단짝친구와 나누는 감정'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서로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 감정'이라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사랑을 막 시작한 뜨거운 감정일 때를 떠올리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내 정의가 틀린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랑은 하나로 정의 내리기엔 그 감정의 결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연인을 넘어 부부와의 사랑은 무엇일까. "부부는 사랑하지 않아. 정으로 사는 거야."라는 말대로 사랑은 점차 식어가는 것일까. "자식 때문에 사는 거지."라는 말처럼 사랑은 자식에게 옮겨가는 것일까. 아님 이러한 말들이 일종의 국룰 멘트처럼 된 것에는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을 부부의 사랑에도 계승하려고 하는데서 오는 인지의 오류는 아닐까.


"새것도 헌 것이 되죠."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대사이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영화 속 OST로 활용되는 곡 제목이자 가사,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윗 대사가 함의하는 부분과 일정 부분 교집합이 있다. 새롭고 자극적인 것(비디오)은 기존에 있던 우리의 것(라디오 스타)을 죽였다. 그런데 새로운 것(비디오)도 결국은 헌 것이 된다. 허무한 인생의 순환이다. 이것을 사랑으로 비유하면, 새로운 사랑이 자극적이고 새로울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사랑도 끝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랑은 허상이야!라는 허무적인 결론에 도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분명 위대하고 우리를 변화시킨다. 사랑을 단순히 뜨겁고 떨리고 자극적인 감정이라는 관념만 세워두지 않으면 어떨까. 새로워 뜨거운 사랑은 그럴지 몰라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랑은 또 다를 수 있다. 형태가 계속 바뀜에도 그것이 모두 사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래서 우리가 계속 사랑을 하고 있고, 그걸 주변인들에게 자연스레 전파할 수 있다면. 영원한 사랑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 마고처럼, 설령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랑의 바람이 인생에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동안 가꿔온 소중한 사랑 앞에서 바람을 그저 흘려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고 안에 부는 폭풍 같은 바람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을까? 

마고가 느끼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마고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 <우리도 사랑일까>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에서 볼 수 있다. (광고 아님. 2023년 01월 12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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