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_하나>
책을 덮자마자 곧바로 짱아를 보러 갔다.
올해로 9살 비숑 짱아.
• 책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_하나>에서 주인공 아키코는 어느 날 엄마를 잃고, 엄마의 식당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다시 개업한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꿋꿋이- 주변에 신경 쓰지 않고 담담히- 가게를 운영하는 아키코에게서, 나는 아주 소박하지만 깊은 자존감과 용기를 배웠다.
•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어느 날 찾아온 길 고양이 타로다. 크고 작은 흔들림을 겪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 나누는 타로와의 교감은 아키코의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타로가 고양이여서가 아니라, 매일이 전쟁터인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타부타 판단하고 조언하는 대상이 아닌 그저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 그냥 오롯이 내 편이 있다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 우리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살짝 스포가 있습니다.)
• 그런 타로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어느 날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와 같이... 타로도 그렇게 아키코의 곁을 떠난다. 떠나간 그들을 탓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을 자책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빈자리가 너무나 공허하고 헛헛하게 느껴진다. 왜 아키코의 삶의 인연들은 갑자기 그녀를 떠나야만 했을까? 기구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모든 인연과 언젠가 작별을 해야 하고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다.
'애정을 쏟으며 키워준 주인을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에 책을 덮자마자 곧바로 짱아를 보러 갔다.
올해로 9살 비숑 짱아.
그간의 교감이 물밀듯이 스쳐 지나갔다.
엄밀히 주인은 내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짱아의 애정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깐.
비가 많이 와서 산책을 며칠 못하던 짱아에게 잠깐 그친 날씨는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짱아와 원 없이 산책을 했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생사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그다음 문장 '애정을 쏟으며 키워준 주인을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서로 숨이 붙어있을 때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던 그 순간들이 더 중요하다고 읽힌다.
비단 짱아가 강아지여서가 아니라,
모든 인연들은 언젠가 떠나간다.
이상하게 마지막이 있다고 느끼게 되면 모든 감정은 소멸되고 아쉬움이 모든 감정을 덮어버린다.
언젠가 혹은 불현듯 누군가와 작별을 하게 되었을 때, 아쉬움만큼이나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하고 싶다.
누군가의 인연과 그 인연 사이의 역할 안에서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기.
그것은 내 삶을 잘 가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을 잊지 않길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