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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얼른 Dec 30. 2020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고 고민이 들 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고 답해줄 수 있는 법

 졸업영화 제작비용이 필요했다. 200만 원 조금 안 되는 인턴 3개월 하고 나면 그 돈으로 졸업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밤새워 쓰던 시나리오만큼이나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다.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이력에 매력적인 캐릭터의 살을 붙이려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우수수 떨어지던 시나리오 공모전과는 달리 나는 인턴에 합격했다. 내 첫 회사 지원이었고, 그래서 동시에 첫 합격이었다. 운이 좋았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나의 영화계 입봉의 길에서 잠시 우회한 유아동 콘텐츠 회사의 인턴 생활은 너무나 따뜻했다. 상대적으로 전보다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여러 인턴 동기들 틈에서 나도 내 몫을 다했다. 그렇게 3개월 후 정규직 심사의 기회를 받았고 나는 정규직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 졸업의 문턱에서 '학사'대신 '수료'를 남긴 채 벌써 회사 2년 차 사원이 되었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안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멋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람도 느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안정감을 느끼며, 마음껏 맛있는 것도 먹고 예전이면 꽤 큰돈이었던 금액으로 자기 관리도 시작했다. 일정 부분 주식에 투자해 재테크도 하고 차곡차곡 쌓은 묵 돈으로 가족들에게 깜짝 선물도 주었다. 남들 한데도, 그리고 나 자신한테도 남부끄럽지 않게 성실히 잘 살고 있다고 말할 만큼의 인생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삶에 불안정을 느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졸업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통장엔 애초에 목표했던 인턴 3개월치의 돈보다 훨씬 많이 있었지만, 그때의 마음을 가진 나는 없었다. 나는 내가 가장 원하는 영화 작가의 길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만큼의 겁이 생겨버렸다. 여기서의 일이 나의 자아실현을 채워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나는 늘 어딘가 가려웠다. 하지만 누구나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나, 하는 나의 자기 합리화와 함께 분명하게 느꼈던 따뜻함을 뿌리치고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방황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영화의 길만큼이나 쉬울 리 없는 회사원의 길에 무척이나 휘청댔다. 나는 이런 모든 나를 스스로 불만족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에 못 미쳐하는 나를 째찍질했다. 그러다 결국 번아웃이 왔고 퇴사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좋은 얘긴 남들에게 잘 안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만큼이라도 나를 갉아먹기만 하는 불만족에서 벗어나 자기 암시 명상을 하기로 결심했다. 무의식적으로 읊는 긍정의 말들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나는 최고야"라고 외치면 진짜 최고가 된다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깎아내리려 할 때 혹은 내가 나 자신의 삶에서 방황할 때 "나는 최곤데?"라는 말로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을 느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꼭 자기 암시 명상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쪼록 나는 내 환경의 안팎 어디든 내가 원했던 삶을 찾고 싶다. 가려운 곳을 스스로 긁을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나를 다독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되뇌고, 그리고 이제 무엇부터 하면 될지 차근차근 생각하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것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링크
- 스윙스<나는 자기 암시(I AM affirmations)>https://www.youtube.com/watch?v=AFbwbWuBz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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