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는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다. 삶의 무게를 일찍 짊어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감정이다. 보호받기보다, 버텨야만 했던 시간 속에서 사람은 조용히 무뎌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예민해진다. 나도 그랬다. 항상 조용했고, 늘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되어서는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 점점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하기 싫은 일에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이, 우울한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 하는 날들. 어린 시절엔 꿈을 많이 꾸었는데,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보다 두려움이 커졌다. 겁이 많아졌고, 말이 줄었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줄 알았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튀는 행동을 하게 된다. 외모도 마찬가지다. 주목받는 게 두려운데,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눈에 띈다. 자신감은 줄어드는데, 외적으로는 그 반대가 되어간다. 그러다 보니 어떤 행동도 조심스러워지고, 모든 책임이 더 크게 느껴져 부담스럽다.
이따금,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실, 그 마음은 사라진 적이 없다. 시설에서 20년을 살며, 사랑받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10대 중반, 그 마음이 가장 절실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때로는 괴롭기까지 하다. 사랑을 받지 못도, 왜 이렇게 간절한지. 누구라도 이 감정을 설명해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장애를 가진 내 자신이 싫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외모와 조건들 앞에서, 그저 마음을 달래며 살아왔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다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땐 무서운 게 없었다. 커서 멋진 어른이 되면, 강자에게는 맞서고 약자에게는 손 내밀며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어른이 되면서 관심을 갈구하게 되고, 약자를 외면하게 되는 나를 본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나를 괴롭게 만든다.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된 감정이 있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고,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길 바라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존재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는 왜 어른이 되어야 했을까?
그리고 어른이라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