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하는 여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와라세차장 스토리 10
대구의 벚꽃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5일 빠른 26 일 쯤이라고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침 최저기온은 늘 영하권이더니 어느새 봄이 이만치 가까이 와있다. 어제는 늘 입던 두꺼운 외투 대신에 포근한 봄볕에 둘러싸여 따뜻한 오후를 보냈다. 여유있는 바람은 슬그머니 머리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장난치듯 콧등을 슬쩍슬쩍 간지리며 지나간다.
봄바람이 지나간 곳으로 초록의 물감이 서서히 물들어 간다.
처음으로 대학교 교정으로 등교하는 신입생들의 기대와 설렘도 봄바람만큼이나 싱그럽기 그지없다. 대학생활이 시작되던 날은 처음으로 어른이 된 듯한, 조심스럽지만 알 수 없는 흥분으로 심장이 두근대던..봄이 막 시작되려던 그런 3월의 어느 날이었다.
오늘 아침은 다소 쌀쌀했지만 오후 들어 기온이 많이 올랐다. 오전에는 세차 손님이 뜸하더니 오후 들어 손님이 제법 찾아주셨다. 셀프세차를 많이 해봤고 능숙한 손님들에게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 정도 건네주면 대학 선배들처럼 다들 알아서 척척 잘하지만, 셀프세차가 처음이거나 익숙지 못한 손님들은 마치 신입생 들처럼 잘 몰라서 뭔가 미안한 듯 조심스레 세차기 앞에 선다.
먼지가 잔뜩 묻은 검정 SM5와 흰색 SM3를 타고 온 둘은 친구사이라고 했다. 또 둘다 셀프세차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 두 아가씨 손님들은 이 세차장을 어디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한다.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둘은 인생 처음으로 셀프세차를 해보기로 용기를 내었다고 한다. 인사말 이후에 이어진 짧은 대화 속에서 그들은 마치 대학새내기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차 법을 배웠다.
“자, 먼저 고압수로 예비세척을 해야하니 고압건을 잡고 차에 물을 뿌려보세요”라고 알려주었다. 마치 군대에서 쓰는 총처럼 생긴 고압건을 잡고 손잡이를 누르자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같은 아가씨의 몸이 뒤로 휘청 밀려간다.
“우와! 엄청세네요.” 온 힘을 다해 버티며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다소 힘겨워 보이기는 하지만 즐거워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폼건을 이용해서 세척 폼을 분사할 겁니다.”
폼건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자 하얀 폼이 눈처럼 차를 덮었다. “우와~~ 신기해요!” 재미난듯 폼건으로 눈사람 만들듯 자신의 차를 하얗게 덮어 씌웠다. 스펀지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자신의 차를 닦은 후 다시 고압수를 쏠때에는 처음과 달리 고압건의 압력에 밀리지 않고 제법 단단히 버티고 서서 이리저리 물을 뿌렸다.
물기를 뚝뚝 흘리며 드라이존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이미 처음의 더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많이 깨끗해져 있었다. 이제 세차 타올로 물기를 제거하고, 틈새의 물기는 에어건의 공기로 날려버린다.
“자.. 다음은 차에 광택을 입혀볼까요?라고 말하자, 이 두 신입생들은 “에이, 이런 차에 광택이 나겠어요?”라고 반신반의한다. 일단 가르쳐주는 대로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광택제를 조금 뿌린 후 타올로 차를 문지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의 차 이쪽저쪽을 닦는다. 힘들어 보이기보다는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마치 처음 발을 내딛는 대학교정에서 설레어하는 신입생의 호기심을 엿본다. 따뜻한 봄날씨에 세차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는 새내기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
차량 외부 광택을 마치고, 타이어까지 광택제를 바르고 나니 이제 모든 셀프세차의 과정이 끝났다. 나란히 선 검은색 SM5와 흰색 SM3는 이미 한 시간 전의 그 지저분한 차가 아니었다. 광택이 끝난 차에서 조금 떨어져서 자신의 차를 바라보는 이 두 새내기들은 감격에 가까운 기쁨에 휩싸였다.
“내 차가 이렇게 빛나다니 안 믿겨요!”
“분명 헌 차를 몰고 왔는데, 완전 새 차가 되었어요!”
이들의 호기심 어린 도전은 성공이다. 그들의 성취감에서 터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는 봄기운을 더욱더 따뜻하게 데우는 것 같다. 세차를 마치고 떠나며 그들은 세차가 생각과 달리 참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길 건너 보이는 나뭇가지에서 당장 꽃망울이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이 참으로 따뜻한 어느 봄날의 오후다.
SM5 와SM3 손님들께서 고맙다고 다시 와서 갖다주신 사탕, 오로나민C, 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