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유한하나, 그는 무한 속에 있었다.
노부부가 단풍나무 아래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낙엽을 모아 던지며 활짝 웃었고 할머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여러 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 오래된 웃음과 여유가 가을 햇살처럼 찬란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내 생이 그들보다 오래된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 늙은 청춘이 부러워.
그들은 거기까지 늙었구나,
늙음을 얻었구나.
나는,
당신의 늙음을 갖고 싶었어.
그 뜨거운 생을 갖고 싶었다.
차가운 가을 하늘, 그 서늘한 공기 속에서 당신의 소년 같은 웃음이 흩어지는 것을, 없어진 미래를 그리워했다.
내가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건, 모자라고 미련이 많은 탓인지도.
그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그러면서도 어쩌면 내 안에 어느 당신이 온전히 남아 살아있는 것이 내심 반가운지도.
당신의 늙음이 갖고 싶었어.
어느 할아버지보다도 다정했을 테지.
나도 그만큼 잘했을 테지만.
여보. 나는 그런 게 갖고 싶었어.
여보, 라고 불렀을 때 따뜻하게 돌아 나오는 체온 같은 거 말이야. 손가락 깍지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강한 결속력을. 두 사람의 생을 단단히 이어주는 세월의 온기 같은 것.
여보,
당신 말이야.
내 울음이 꿈같은 것이기를,
하염없이 바라며
시간을 지나간다.
당신은 없는 미래를 계속, 계속 지나치고 있다.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