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렌디퍼 Nov 07. 2024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또 잃어버리지 않아요.

돌볼게

올봄에 나는 '소'를 잃어버렸다.

언제 어느새 외양간을 탈출했는지 ,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긴 하나 다행히도 아주 멀리 가버리지 못한 채 나에게 들통났다.


처음엔 왜 외양간을 뛰쳐나갔는지 화도 나고, 이해도 안 되고 엉망진창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멀리 떠나버리지 않아 줘서 감사한 마음이 시나브로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 가버렸다면, 내 '소'는  영영 찾기 어려웠으리라. 그리고 소가 없는 외양간은 곧 폐허가 됐겠지.



근처에서 잡힌 '소'에게 오늘도 이야기해 준다.


더 너를 아끼고 사랑하며 돌볼게.

닥친 현실에 두려운 나머지 너에게 부풀려 짐을 지우지 않을게.

성공하지 못한 날에도 따스한 밥 한 끼를 올곧게 차리고

비 웅덩이에 빠진 날엔 너를 위해 노래를 들려줄게.

엄마라 다 잘할 수 없는 날엔,

먼저 가버린 아비에게 실컷 푸념이라도 하며 짐을 덜어보자.

여자로 행복하지 않은 날엔 새빨간 립스틱을 살까?

그리고 거울 앞에 당당히 서보자.


끼니를 대충 때우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 거야.

병원이라도 가는 날엔 더 화려하게 당당하게 워킹하며

가 제일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자.

기분 좋은 옅은 향수도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위해 톡톡.



 그렇게 외양간을 고쳐나가면

다시 '소'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 믿어본다.


나의 건강을 되찾아가는 일_

이제 정말 외양간을 고쳐나가는 것.


우리 각자 잃어버린 것을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찾아볼까요.


제대로  고쳐보자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