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일정으로 경남 거제를 다녀왔다. 거제도는 거가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부산에서 남해안 길을 돌고 돌아 통영을 거쳐 들어가던 곳이다. 이제는 바다를 가로지른 다리를 놓아 금세 닿는 섬이 되었다. 사실 엄청난 공사였다. 다리길이만 8,214미터이고 공사기간은 72개월, 동원된 인원만 해도 112만 명이라고 한다. 이 길을 지날 때면 꼭 생각나는 분이 있다. 나의 당숙(아버지의 사촌)이다. 당숙은 거가대교 공사 시 해상 침매터널 공사 책임자 중 한 분 이셨다.
침매터널 공사 방식은 물밖에서 콘크리트 사각통을 여러 개 제작해서 이 구조물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 차례차례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최초로 시도했던 공사방식이었고 세계에서는 가장 긴 해상 침매터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사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는데 이 구간은 부산 신항을 오가는 큰 배들이 많아 다리를 놓게 되면 배의 첨탑이 다리 상판에 걸리는 게 문제였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는데 해저 48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안내판을 보면서 지금 머리 위로 콘테이너 선이 지나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었다. 침매터널이 국내 최초라는데 지하철 5호선도 마포에서 여의나루 구간은 한강 아래로 지나고 있어서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 방식도 흥미롭다. 5호선 마포에서 여의나루 구간은 한강 바닥보다 더 아래까지 내려가 터널을 직접 뚫은 방식이었다. 공사의 진행은 먼저 한강 중간에 인공섬을 만들고 인공섬에서 수직으로 갱도를 만들어 강바닥 아래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마포와 여의나루 양쪽으로 터널을 뚫었다. 그래서 하저터널이라고 한다는데 이 역시 지하철 위로 한강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 내가 편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