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다. 신입 회원 모집을 위한 날글쟁이 동아리 소개를 위해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방통대의 특성상 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행사이다. 오전에 소개 자료를 만들어 준비하고는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시간에 맞추어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학교 강당을 찾았다. 낯익은 후배 기수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학교 측의 교수 및 교과목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스스로 생각해도 인생 참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MBTI로 보면 극강의 T라고 할 만큼 결과와 사고 중심으로 생활하던 내가 문예창작 대학원을 진학하고 글쓰기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이어가는 게 신기해서다. 사실 동아리 신입회원은 굳이 모집 안 해도 된다. 이제는 너무도 친근해진 회원들의 활동과 교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가 더 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리 동아리에 진심일까? 한 마디로 재미와 의미 때문인 것 같다. 쓰고 읽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탓에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고, 매일 글쓰기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에서 보람도 느낀다.
신입회원은 모집하지만 기존 회원과는 별개로 운영할 생각이다. 서로 불편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 같은 기수로 활동을 이어가면 아무래도 소통도 더 원만할 것 같다. 마침내 내 시간이 주어졌고 PT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날글쟁이 동아리는 코로나가 시작되던 202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취지는 단순했는데 이왕 글을 쓰려고 문예창작 대학원에 온 만큼 글 쓰는 습관이라도 들여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글을 써서 네이버 카페에 올리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어느덧 1,300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개인의 책 출간은 물론이고 선인세 받는 작가들이 탄생하였으며 강의와 등단 등 다양한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5학기를 마치면 졸업장과 학위기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대학원 생활이 끝납니다. 하지만 졸업 후에도 계속 글쓰기를 이어갈 생각이면 반드시 동아리 활동을 추천드립니다. 작가라는 외로운 길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의 PT였다. 처음에는 발표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들까 하다가 일부러 프린트물로 작성했다. 그리고 구글 설문으로 지원서를 만들어 QR을 생성했고 이것도 프린트물에 담았다. 아무래도 뭐라도 손에 쥐고 있으면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 이제 관심 있는 사람들은 QR로 연결해 지원서를 작성할 것이고 나는 그걸 취합해 연락을 취하면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까지도 재미있는 놀이로 여겨지는 걸 보면 난 이 일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