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투자하고, 판을 바꾸되 무리하지 마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상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니 꼭 자본주의가 아닐지라도 사람 살아가는데 물질이라는 조건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의식이 족해야 예의도 안다.’ , ‘곳간에서 인심 난다.’ , ‘돈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든다.’ 등 돈의 속성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킨다. 문제는 어떻게 벌고 얼마나 벌 것인가이다. 대부분 가장 원하는 모습은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물려받은 것이 크게 없는 이상 보통은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그 자산을 어딘가에 투자해 이자든, 임차료든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출장을 갔다가 예전에 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지점장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의 첫 인연은 그가 20대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40대 초반으로 맞벌이를 하고 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가장이 되어 있었다. 부부가 금융권에 다니고 있으니 꽤나 풍족하게 살 것 같은데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를 하고 싶은데 은행에 다니는 아내가 부정적이라 불만이라고 했다. 나도 그 시절을 거쳤던 터라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만도 했다. 그에게 나의 경험에 비추어 직장인의 투자에 대해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첫째, 월급쟁이의 투자는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날 뿐이다. 그것을 보면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 그래서 투자에 눈을 돌리는데 문제는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로또복권이나 사는 수준이다. 그런데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시간도 투자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매월 급여에서 공제되는 국민연금, 나도 모르게 쌓이는 퇴직금과 기업연금, 연차가 쌓이면 좀 나아지는 급여 등 듣기에 따라서는 답답할 수 있는데 그게 몇십 년 누적되면 억 단위의 자산이 된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국민연금을 지급 못할 정도의 국가 재정이라면 다른 경제 상황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금 매월 100만 원 정도 받는 국민연금을 20년 정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 금액의 일시금 현재가치는 대략 2억 정도이다.(물가 상승률 2%, 할인율 4% 반영 시) 급여생활자라면 2억 원의 돈을 적금으로 모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 것이다. 여기에 누적된 퇴직금과 개인연금 등이 합쳐져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나마 억 단위의 돈을 만지는 게 대부분의 급여생활자들의 운명이다.
둘째, 생활 근거지를 바꾼다.
그래도 투자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같은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해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강북보다는 강남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는 건 이미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월급 받는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지니기는 어려우니 사는 집이라도 나중에 더 오를 곳에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생활환경이 열악해짐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건 선택의 문제이다. 같은 돈이면 열악한 서울의 집보다는 넓은 집에 공기 좋은 지방에서 살겠다고 하면 그것도 좋은 결정이다. 몸은 지방에 있으면서 서울에 부동산 구입하겠다는 생각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월급쟁이에겐 참 어려운 문제이다. 그럴바에야 이사를 하는 게 낫다.
셋째, 리스크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주식 유튜브를 보면 모두가 돈을 벌 것 같지만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기껏해야 몇 백만 원 투자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대단하다. 이런 고물가에 생활비 제하고 투자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래서 얻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몇만 원에서 정말 많아야 몇십만 원 수준이다. 고기 한 번 사 먹으면 사라질 금액이다. 그거 벌자고 매번 휴대폰을 보며 그토록 신경을 써야 할까?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겠다며 왕창 대출이라도 받아 주식 투자한다면 그때부터는 다리 뻗고 잠도 제대로 못잘 것이다.(새가슴인 나만 그런가? ^^;) 마음 편히 잘 살자고 돈도 필요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매번 그리 마음 졸이며 사는 것이 과연 옳을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투자는 손해보지 않는 게 수익을 얻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몇십년 전 처럼 큰 돈 벌 기회는 사라지고 점점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살려면 무리하지 않고 법과 규칙을 지키며 사는 게 그나마 잘 사는 길이다. 딱 내 수준에서 하는 생각이겠지만 아무리 돈이 좋아도 삼성의 이재용, SK의 최태원, 카카오 김범수 처럼 감옥을 오가는 경험은 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