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 의지로 생각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지니는 생각에도 '프레임'이라는 게 있다. 붕어빵을 틀에서 찍어내면 늘 같은 모양의 붕어빵이 나오듯이 우리의 생각이나 사고체계도 자신의 살아온 경험이나 습득한 지식에 따라 일정한 사고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한 번쯤 들었을 것 같은 다음의 경구가 있다.
생각을 조심하라. 그것의 너의 말이 된다. / 말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인격이 된다./ 인격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운명이 된다.
결국 운명은 생각에서 정해진다는 것인데 맞긴 하지만 이 경구는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생각은 조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 속성은 가만히 있어도 아지랑이처럼 그냥 떠오른다. 내가 10분 후 어떤 생각을 할지 지금의 나는 모른다. 그러니 생각은 내가 컨트롤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심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현대 뇌과학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을 어찌할 수 없으니 각자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일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생각을 만드는 재료들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동양에는 에너지를 의미하는 기(氣) 또는 기운(氣運)이라는 것이 있다. 에너지를 뜻하는 '기'와 움직인다는 '운'이 합쳐진 말이 기운이다. 우리는 초상집에 갔을 때의 분위기와 결혼식에 갔을 때의 분위기가 다름을 안다. 그렇다면 되도록 좋은 기운의 생각 재료들을 자주 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생각의 재료는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공급될까?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 우리의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통해 들어온다. 그러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각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을 선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 재료들이 모여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고 이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게 우리의 사고체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운명을 좋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더라도 공포나 폭력물은 피하려고 한다. 때리고 죽이고 피 흘리는 잔인한 장면들이 생생한 음향과 함께 눈과 귀로 들어온다면 뭐가 그리 좋겠는가.
*여기에 더해 뉴스도 가급적 보지 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뉴스를 통해 우리가 밝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 편의 뉴스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분노, 불안을 야기하는 부정적 내용들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도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게 그런 이야기들인데 굳이 찾아서 듣고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뉴스에 보도된 것들에 대해 내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도 거의 없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었다고, 삼성의 위기가 뉴스에 거론되었다고 내가 당장 뭘 어쩔 것인가?
*할로윈 데이 같은 모임이나 파티도 피하는 게 맞다. 온갖 괴기스러운 분장을 하는데 거기에 무슨 좋은 기운이 있을 것인가. 더구나 집단으로 나쁜 기운들이 모였을 때 그 증폭된 부정적 에너지의 힘은 상당할 것이다. 그런 파티를 일부러 찾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노래나 음악도 가급적 밝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으로 듣자. 랩의 노랫말 중에는 저걸 들어야 하나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노랫말처럼 가수의 인생이 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왜 그럴까? 그 노래를 부르려면 가수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투여해야 하니 그런 사고나 운명의 틀이 형성되기 때문은 아닐까? 가만히 있어도 쌓이는 먼지나 때를 일부러 묻힐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유튜브를 되도록 멀리하자. 조회수를 올려야 하니 내용은 별것 없으면서 자극적인 영상과 말로 시선을 끌려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 자. 그런 정서는 전염되기 쉬운 법이다.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말(言)은 '미인대칭 비비불'을 지키자. 미소 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되 비난, 비판, 불평보다는 개선을 위한 행동을 하자.
*낮이든 밤이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자.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부정적 생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밖으로 나가 걷도록 하자. 이것은 뇌과학자들이 권하는 방법이다. 인간의 생각은 몸의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진화된 형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