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특수 교사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수업으로는 나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아이들에게 사랑만 가득가득 주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학부모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교사는 내가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내가 늘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집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있다. 남동생은 특수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생활을 묻는 나의 질문에 그 어느 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활동을 했어?" "급식에는 어떤 반찬이 나왔니?" "무릎에 상처는 어쩌다 다친 거니?"
비단 우리 동생만의 문제가 아니리라.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아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비장애 아이들이라면 유치원생들도 답할 수 있는 질문이자, 가족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시원하게 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알림장을 좀 더 꼼꼼하게 쓰고, 사진도 자주 보내드리고, 아이들의 기분이나 감정도 좀 더 세밀하게 살펴서 얘기해 드려야겠다 다짐했다.
어느 날, 상담 중 어머니가 하염없이 우셨다. 자폐를 가진 딸이 가엽고,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 여전히 막막하다고, 그리고 비장애인 큰 딸이 가족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쏟아내시면서 말이다. 나도 같이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커밍아웃을 해버렸다.
"어머니, 저도 사실은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어요. 저희 집도 그랬어요."
그 말이 내 입술에서 떨어지자마자, 어머니는 놀란 눈을 하며 눈물을 그치셨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한 후 자리를 일어나시며 어머니가 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셨다.
"선생님, 오늘 진짜 위로가 되는 것 같았어요. 고맙습니다. 우리 큰 딸도 특수교사가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독히도 힘들었던 나의 옛 이야기가, 지금도 험난한 장애인의 형제자매로 살아가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구나. 나 정말로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학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특수교사가 되고 있구나.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것이 나에게도 위로가 됐는지 혹은 치기 어린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말이다.
나만 겪는 낯선 경험이라 생각하면 한없이 두렵고 막막하지만,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한 명만 곁에 있다면 두려움보단 동질감과 위로를 얻게 된다. 특수교사로서의 삶도, 장애인의 형제로서의 삶도 살아온 것보단 앞으로 진행될 삶이 더 길겠지만, 또한 많이 경험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알 순 없겠지만,어쨌든 그렇게 과부 사정을 잘 알아주는 홀아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