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런치 필명은 You ain't heavy이다. 이 글에서는 나의 필명의 유래에 대해 써보려 한다.
The Hollies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이란 오래된 곡이 있다. 꽤 히트가 된 곡이라 이후에도 여러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고, 전인권씨 버전도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귀에도 익은 것 같다. 이 곡의 유래(?)는 또 따로 있다.
한 목사님이 길을 지나가다가 소녀를 보게 된다. 그 소녀는 등에 제 몸만한 소년을 업고 길을 걷고 있었다. 목사님은 그 소녀를 도와줄 생각에 가던 길을 멈추고 물었다. "얘야, 무겁지 않니?" 그러자 소녀가 대답했다. "전혀 무겁지 않아요. 그는 내 동생인걸요!"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이 노래의 가사에는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말이나 뉘앙스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장녀의 무게,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제 몸만한 동생을 업고 길을 걸었어야 하는 소녀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그리고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의 사진을 보면 거의 다 비슷한 포즈이다. 동생은 다리 힘이 부족했기에 늘 내가 뒤쪽에 서서 동생 몸을 꽉 껴안고 있거나, 동생이 바로 서있을 수 있도록 지탱하고 있다. 어떤 사진들에서는 거의 동생의 멱살을 잡다시피 하면서 동생을 붙잡고 서있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의 삶 속에서 동생을 꽉 껴안고, 손을 붙들고, 때론 그를 질질 끌면서라도 같이 살아내려는 내 모습을 본다. 남동생을 업고 길을 걸어가야 했던 그 소녀의 모습이 이 사진들 속에도, 그리고 내 삶에도 있는 것 같았다.
소녀는 정말로 동생이 무겁지 않았을까? 왜 아니겠는가. 조그만 소녀가 감당하기엔, 남동생은 틀림없이 무거웠을 것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흘러내리는 듯한 동생의 무게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을 것이고, 주체할 수 없는 땀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다시 자세를 고치고, 동생을 다시 올려업으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되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소녀가 무겁지 않다고 말한 이유는, 그는 내 동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겁다'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동생'에 힘이 더 실려있는 것이다.
정말로 무겁지 않기 때문에 그리 말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동생이기에 짐스럽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결단이자 다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노래의 long, long road란 가사처럼 동생을 업고 걸어온 것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기에, 무겁다고 인정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닥에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소녀는 무겁지 않다는 말로 스스로를 무장하며 동생을 업고 먼 길을 계속 걸어 나갔을 것이다.
나는 'he'를 'you'로 고치며, 나의 필명을 'you ain't heavy'로 정했다. he라는 그 말은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전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거운 존재로 태어나 무겁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길 바라는 그 당사자들에게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동생에게, 그리고 나의 제자들에게... '너흰 무겁지 않아. 전혀 짐스런 존재가 아니야.'라고. 함께 살아내야만 하는 그 무게가 진짜로 가벼워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나의 동생이자, 너무나 아름다운 나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무겁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그들을 업고 혹은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 나 스스로에게도'strong enough to carry him'이라며 건네는 정신무장의 말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원곡의 가사를 덧붙이려 한다. 여러 번역을 찾아보았지만, 온전한 느낌을 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영어 가사 그대로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