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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Dec 29. 2020

예민한 당신의 삶은 얼마나 멋진지

성격에 관한 고찰



성격은 사람을 안내하는 운명의 지배자이다.

-헤라클레이토스




주변에 예민한 사람 하나, 둘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을 해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거나,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 한다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고 걱정이 많은 그런 사람. 이 얘기를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 두었다면 분명 몇 번이나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여러 번 경험했던 일이다. 아주 가벼운 농담에도 상처를 받는다거나,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해 주변의 분위기를 급격히 어두워지게 하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해보았다. 이런 고슴도치와 같은 사람은 친해지기도 어렵고 친해진 후에는 더욱 어렵다.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고 마니까. 정말 정말 여러 사람에게 피곤한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적은 것에 대해서도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왜냐면 내 이야기이니까.




이런 (나와 같은)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 고칠 수는 없는 것일까? 나 또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스스로의 삶이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에. 특히 감정의 변화가 격렬하고 아직 자아가 잘 형성되지 않았던 청소년기에는 정말 힘들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만큼 서로 서로 부딪히기 쉬운 나이였기 때문에. 그런 시기들을 거쳐오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찰했고 나름 대처하는 법도 배웠다. 물론 완전히 바꾸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대학시절, 이런 나의 성격을 고치고자 다니던 교회의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스스로가 더욱 나은 대우를 기대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의도가 없는 이야기에도 남들보다 너무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이 맞다고 꽤나 오랫동안 믿어왔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겠구나 깨닫는 사건이 있었다.




내가 가장 깊이 스스로를 깨달았던 그 순간은, 바로 나의 모습을 남에게서 본 순간이었다. 나보다도 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던 그 아이를 보았던 순간. 누군가 던진, 그러나 누가봐도 농담같던 "바보야 "라는 말에도 상처를 받는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우리들의 편견과 생각이, 이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의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가 상처를 받은 이유는 특별히 남에게 기대를 가진것도,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있던것도 아니었다. 다만 다른 이들이 멋대로 이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여겨버린 것들이 그 아이에게 괜찮지 않았을 뿐. 그 아이는 그저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남들보다 더욱 크게 다가오고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 남들보다 냄새에 예민한 것처럼, 그저 매 순간 드러나는 감정에 예민한 것이었다. 


즉, 돌아보면 예민함이란 건 그저 하나의 기질이었다는 것.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기 때문에 아주 적은 확률이라도 자신에게 생길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고 이것저것 고려하게 되는, 누군가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반응인 것이다. 나에겐 그 아이의 성격이나 기질이 없애거나 바꾸어야 할 나쁜 무언가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남들과 친해질 시간과 계기가 길게 필요한 것일 뿐. 사람들 사이에 충분히 스며든 그 아이는 누구보다 사랑받는, 빛이 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뀌어야만 하는 약점이나 장애물이 아닌, 그저 요령을 깨달아야 하는 나의 기질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내가 남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만큼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 즉 각자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삶에서 성숙되어야 할 부분도 다르다는 것. 생각해 보면, 남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나의 예민함을 사람들이 알리도, 매번 배려해 줄 수도 없었다. 관계에서의 여유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거나 무례한 순간들을 겪게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저 모든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마음.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편도 아니고 내 적도 아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언제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다. 관계에서 포근함은 드물지만, 날카로움은 언제나 존재한다. 비판이 존재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내 삶에서 내 스스로와 타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내가 이런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 좋다. 이제는 예민함이 가져다주는 멋진 점들도 알고 있기에. 돌아보면 우울했던 어느날의 어두움만큼, 찬란하게 빛이나던 순간들이 있었다. 같은 영화나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은 순간들도 너무나 행복하던 순간들이었으니까.


다들 나이가 들면 사람의 감정이 무뎌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삶에서 새로운 것들이 줄어서 인걸까? 하지만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상처를 그만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바랐던 적도 있지만, 더욱 깊게 느끼고 맛볼 수 있다는 건, 삶이 훨씬 풍요롭다는 것일 테니까. 힘들어하는 누군가도 언젠가 깨닫기를 바란다. 예민한 당신의 삶이란 얼마나 멋진지.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캐롤 터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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