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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Nov 04. 2024

바이킹 라그나르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7화

[대문 사진] 쥬미에쥬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문헌은 원정대의 두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플랑드르 연안에 대한 수차례 공격을 이어갔으며, 그들이 “어둠 속에 맹목적이고 미쳐 날뛰는” 족속들이었음을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참고문헌을 살펴보면 ‘라그나르(Ragnarr)’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장텐 연대기」에 따르면 레게네루스란 이름의 사내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고 나오죠. 왜냐면 신성한 정의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신성한 곳에서 신을 모독한 자들처럼 말입니다.


「성 히끼에의 기적」에서는 라기네루스란 이름이 등장하고, 「생 제르맹의 기적」에서는 라제나리우스란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 문헌에서는 특이하게도 이질이라는 병을 거론하고 있는데, 고의적으로 그의 임종을 과장한 묘사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파리에서 덴마크로 귀환하자마자 그는 정신을 잃었으며 몸이 갑자기 터져 내장이 다 쏟아져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쥬미에쥬(Jumièges) 성 베드로 성당. 장 르노 사진.


여기서 언급된 라그나르는 라그나르 로브로크[1]라는 ‘역사적’ 두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두 번째 모델은 1070년경 기욤 드 쥬미에쥬가 언급한 바 있죠. 로트브로쿠스 국왕이 그의 아들 비에르 고스타 훼래에를 유형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또 다른 문헌에서는 허리에 칼을 찬 비요흔(Björn)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더불어 1088년경 아당 드 브렘므가 저술한 책에서는 그를 가리켜 모든 바이킹들 가운데 ‘가장 잔인한’ 잉구아르, 휠리우스 로드파르치라 묘사되어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세계에서 이 두 이름, 즉 라그나르나 로브로크란 이름들은 덴마크의 전설적인 왕을 가리키기 위해 두 이름을 조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스칸디나비아 전설에 따르면 영국에서 뱀이 가득 들어찬 구덩이 속에서 죽은 왕을 가리키죠.


「생 제르맹의 기적」의 작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어합니다. 바이킹들이 수많은 죄수들을 교수형에 처했는데 나무에 그들을 매달거나 목 졸라 죽이는 등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머리왕 샤를의 군대는 이를 보고 무서워 싸울 생각조차 못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군사들이 생 드니 수도원으로 도망쳐 숨어버리자 국왕은 무방비상태가 되었죠. 반면 바이킹들은 생트 쥬느비에브 수도원과 생 제르맹 데 프레 수도원을 점거했습니다.


수도사들은 모두 다 성물함을 들고 도망치기에 바빴습니다. 3월 28일 사순절 날 저녁 바이킹들은 도성(Cité)[2]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죠. 주민들은 무서워서 어딘가로 도망쳐 달아났습니다. 이제 파리는 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갈로-로마 시대 때 쌓은 장벽의 탑들 역시 바이킹들에 점거되었습니다.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국왕은 그들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했기에 봄이 다할 때까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모아야만 했습니다.


「도성으로 들어서는 노르망디 인들」 [3]





[1] 라그나르 로브로크라는 이름은 갈리아 인들이 입는 털 바지를 입은 라그나르를 가리킵니다.


[2] 파리 세느 강 한복판에 위치한 섬을 가리킵니다.


[3] 13세기에 제작된 『프랑크 왕국의 찬란한 연대기』안에 수록된 채색삽화. © 파리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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