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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지의 경계 3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3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루앙을 중심으로 한 노르망디 지도


방언들 가운데 등장하는 지명들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관사 다음에 오는 용어들의 활용은 부지기수로 발견됩니다. 이는 정착민 첫 세대로부터 쭉 이어져온 관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망슈 해협에 속한 섬들처럼 특정한 지역에서 스칸디나비아 식의 지명이 유난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예를 들어 저지 섬이 그렇습니다. 라 코뜨 파요트(la Cotte Pallot ; 오두막집이란 뜻의 kot에서 온 말), 라 울르 오 쉬엥(la Houle au Chien ; ‘움푹 꺼진’이란 뜻의 hol에서 온 말), 라 그항드 상비에흐(la Grande Sambière ; 모래란 뜻의 sandr에서 온 말), 라 훗뜨 들라 올르(la Route de la Haule ; 비탈, 경사란 뜻의 hallr에서 온 말), 르 마누아 들라 아그(le Manoir de la Hague ; 울타리, 방목이란 뜻의 hagi에서 온 말), 르 아브르 들라 디크(le Havre de la Dicq, 항구란 뜻의 hafn과 땅의 융기를 가리키는 diki를 조합한 말), 르 마흐 당고(le Mare d’Angot ; 웅덩이란 뜻의 marr와 사람 이름인 Ásgautr를 합한 단어), 라 휘 베크(la Rue Becq ; 시냇물을 뜻하는 bekkr에서 온 말), 르 보 톡크(le Vau Tocque, 뜰이란 뜻의 völlr와 사람 이름 Tóki가 합해진 말), 라 휘 드 에톡께(la Rue de l’Etocquet ; 그루터기 또는 장작이란 뜻의 stokkr에서 온 말), 르 슈맹 들라 브렉께뜨(le Chemin de la Brecquette ; 경사란 뜻의 brekka에서 온 말)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꼬(Caux) 지역과 루앙(Rouen) 지역의 산천(자연)의 의미를 지닌 스칸디나비아 식 지명들.


노르망디에 정착촌을 건설한 바이킹들은 이미 존재하는 지명들을 체계적으로 변형하고자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예로 들어 노르망디에 속한 주교좌에 해당하는 여섯 개의 도시들은 원래 부르던 대로 도시 이름들을 그대로 놔뒀습니다. 그러나 코, 훼깡, 베른느발 지역에서는 지명들을 바꿔 불렀죠.


일례를 들어 아흐흘뢰흐(Harfleur)는 원래대로 하자면 ‘카라코티눔(Caracotinum)’이어야 했고, 아그 지역의 흘로뜨망빌(Flottemanville ; 단어의 첫 부분은 앵글로 스칸디나비아 식 인명인 Flóttamaðr에 해당한다)은 ‘몽티셀루스(Monticellus)’여야만 했습니다.


수많은 옛 지명들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바이킹 시대부터입니다. 이는 단지 시골이나 작은 마을들이 바이킹들의 침입에 쑥대밭이 되고 주민들이 학살당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마을들 또한 다시 이름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죠.


코탕탱, 뢰뱅 그리고 코 지역에서 -acum이 붙는 지명들이 소수 등장하는데, 이는 6세기 전반에 노르망디에서 가장 흔하게 주어진 지명들에 붙는 접미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지명들에 붙는 접미사를 바이킹들은 -tot라는 단어로 바꿔치기했는데, 이는 toft에서 온 말로써 바이킹들이 얼마나 신중하게 마을 이름을 정하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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