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40화
[대문 사진] 세느 강이란 이름 역시 시그나란 말에서 유추되듯 바이킹들이 사용하던 용어의 흔적이 남아있다.
정확히 말해서 스칸디나비아 식 지명들이란 것은 하여튼 간에 가장 오래된 용어로 표기된 것입니다. 원시적 정주(10세기 초)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오래전에 쓰인 문자의 내력까지도 입증해 주죠.
스칸디나비아 명사는 두 개의 단어가 하나로 합해진 형태인데, 독일어 형태와 똑같은 구성을 보이면서 명사를 한정하는 수식어가 앞에 선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리끄베크(Bricquebec ; 코탕탱 지역에 위치한 마을)만 보더라도 이 말은 ‘경사(brekka)진 곳으로 흐르는 시냇물(bekkr)’이란 뜻입니다. 우드토(Houdetot ; 코 지방에 속한 마을)는 ‘힐디르(hildir)의 땅(toft)’을 가리킵니다.
오직 한 단어로 구성된 헤브리디즈 군도의 지명들은 스칸디나비아 어입니다. 이 지명들은 10세기 내내 진행되면서 10년간 집중적으로 이곳에서 벌어졌던 스칸디나비아 인들의 침입을 증언해 줍니다.
이 지명들 역시 독일어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에흐끄물랭(라 아그(La Hague) 지방에 속한 마을)은 ‘헬기(Helgi)의 풍차’란 뜻이죠. 또한 로만어 범주에 속한 르 므닐 투프레(Le Mesnil-Touffray는 캉 평원에 위치한 마을)는 ‘도르흐로이흐(Þorfrøðr)의 거주지’란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지명들은 노르망디 방언에서 확인되듯, 고대 스칸디나비아 어에 비롯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사 다음에 이어지는 명사는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듯하지만, 간혹 축소된 형태로 복수적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예로 라 롱드(La Londe ; 숲이란 뜻의 룬드르(lundr)에서 온 말)가 있고, 레 베흐(Les Bers ; 바위란 뜻의 베르그(berg)에서 온 말), 또는 라 미에유뜨(La Miellette ; 모래둔덕이란 뜻의 멜르(melr)에서 온 말)가 있습니다. 바이킹의 시대가 저문 뒤에도 계속 부여된 이런 형태의 지명들은 지역 언어와 충돌한 스칸디나비아 어의 충격을 증언해 줍니다.
프랑크 족 가운데 말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던 능변가들은 스칸디나비아 어의 음소까지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이상한 형태로 변형시켜 놓았습니다. 이는 물론 발음하기 좋게 하기 위한 시도였죠.
예를 들어 그들은 [Þ]라는 단어를 간단하게 [t]로 변형시켰습니다. [f]는 완전히 다른 철자인 [t]로 바꿔놓았죠. [e]를 덧붙이거나 [st]라는 단어에서 아예 [s]를 삭제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스칸디나비아 어에서 가장 중요한 음소 격인 [r]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이로써 Þorp 대신 ‘torp’란 철자가 등장했고, toft를 ‘tot’라는 철자가 대신하였으며, stakkr가 ‘étac’이란 철자로 대체되었습니다.
게다가 바이킹들에 의해 발음되던 지명들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후손들이 그들이 점령한 땅을 이어가면서 이러한 고유의 스칸디나비아 어식 발음으로 표기되던 지명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죠.
세느(Seine) 강이란 말 역시 시그나(Signa)란 단어에서 겨우 그 흔적을 짐작할 뿐이고, 루앙(라틴어로 ‘Rotomagus’라 불린)이란 말 역시 Rúðuborg란 단어에서 겨우 그 흔적을 찾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