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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커란 용어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45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중세시대 저지 섬의 경작지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어휘의 활용이 11세기 초부터 노르망디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입니다. 스칸디나비아 어인 ákr(이 말은 거대한 들판을 가리키는 말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추수나 수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에서 비롯된 에이커(acre)란 말이 농지를 나누는 기본 측정단위가 되었습니다.


에이커란 말은 바이킹들이 망슈 해협 바다 건너 저 너머에서 도입한 용어임에 틀림없습니다. 예를 들어 저지 섬에는 ‘caruées’라는 옛날에 사용하던 어휘가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는데, 이 용어는 각각 6 ‘에이커’가 10 ‘부베(bouvées)’에 해당한다는 뜻이죠. 건지 섬에도 똑같이 활용되고 있는 표현으로써 5 ‘에이커’가 12 ‘부베’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평야와 관련한 스칸디나비아 어에 기원을 둔 모든 노르망디 어휘들에서는 농촌에서 살았던 시골마을 사람들이었던 스칸디나비아 인들이 가져온 말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풍깁니다.


여기 몇몇 그 증거들을 예시할 수 있습니다. ‘tierre’(tjöðr, 같은 의미)란 말은 말을 붙잡아 매는 데 사용하는 끈을 가리킵니다. ‘monter à har’(맨 손으로 오르다)란 표현에서 스칸디나비아 어 hár(털)이 눈에 띄죠. ‘harousse’(hross, 馬)는 늙은 말을 가리키는데, 프랑스어에서는 ‘기운 없는 늙다리 말(rosse)’로 자리 잡았습니다.


식물들 이름 가운데에서 눈에 띄는 것은 ‘vamôque’(valmogi, 같은 의미)인데 이는 수탁벼슬꽃(coquelicot)[1]이고, ‘haveron’(hafri, 귀리)은 야생 귀리를 가리키며, 또한 ‘gernotte’는 어린 산형화(繖形花)를 가리키는데, 이 미나리과 덩이줄기는 식용식물입니다. 이 말은 노르웨이 어인 jordnøtt(같은 의미, 자의적으로는 ‘땅에서 자라는 호두나무’)라는 어휘와 일치합니다.


저지 섬과 건지 섬에는 ‘haugard’란 말이 똑같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밀짚이나 농가에 밀짚더미가 있는 안뜰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스칸디나비아 어로는 haust(수확, 추수)이며 garðr(안뜰, 울타리)에 해당하죠.


안뜰 또 다른 한쪽에도 ‘bel’(bœli에서 온 말, 농가라는 뜻)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torve’(torf, 같은 의미)는 토탄을 가리키며, ‘hagues’(hagi, 같은 의미)는 가축이 풀을 뜯는 울타리 친 목초지를 가리키죠. ‘merche’(mark, 같은 의미)는 양들의 귀에 새긴 소유권 표지에 해당합니다. 「양들에 관한 장부(Livre des Merches)」는 저지 섬에서 공식적으로 작성된 책자였습니다.


저지 섬의 농가의 안뜰(Haugard). 안뜰과 함께 밀짚더미가 보인다. 그림엽서. 개인소장.





[1] 꼬끄리꼬(coquelicot)는 양귀비과 식물로서 꽃잎이 붉어 마치 수탁벼슬처럼 생겼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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