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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Apr 20. 2024

테제(Taizé)

기차여행 3화


스물아홉 명

공동체에 입소하던 날

날씨가 화창했다.


봄 푸르러

들판마다

유채꽃 만발하고


봄꽃을 따라

어딘가로 멀리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봄날에


스물아홉 명

순명의 길은 아니나

영성의 목마름으로

공동체에 입소했다.


나만이

그들의 믿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테제엔 교회가 없다.

십자가 내걸린 건물이 없다.

하지만

어디나 교회고

교회 아닌 곳 없다.


서서히 어둠이 깃들자

일제히 울려 퍼지는 종들

늦은 시각임을

일깨워주는


일제히

가로등마저 꺼진 채

등불도 없는

고행의 시간

고행의 들판

고행의 길


삶은 어쩌다

아픔을 겪고

불행을 겪고

슬픔을 겪고

눈물짓게 만들었나.


이 모든 수고로움과

이 모든 고통을

다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홀로이어도 좋겠다.


홀로 거니는 밤길에

등불마저 꺼진

공동체 마을


운명적인 만남을

등진 채


홀로

빛이 되어

길을 찾아 나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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