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3화
스물아홉 명
공동체에 입소하던 날
날씨가 화창했다.
봄 푸르러
들판마다
유채꽃 만발하고
봄꽃을 따라
어딘가로 멀리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싶은
봄날에
스물아홉 명
순명의 길은 아니나
영성의 목마름으로
공동체에 입소했다.
나만이
그들의 믿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테제엔 교회가 없다.
십자가 내걸린 건물이 없다.
하지만
어디나 교회고
교회 아닌 곳 없다.
서서히 어둠이 깃들자
일제히 울려 퍼지는 종들
늦은 시각임을
일깨워주는
밤
일제히
가로등마저 꺼진 채
등불도 없는
고행의 시간
고행의 들판
고행의 길
삶은 어쩌다
아픔을 겪고
불행을 겪고
슬픔을 겪고
눈물짓게 만들었나.
이 모든 수고로움과
이 모든 고통을
다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홀로이어도 좋겠다.
홀로 거니는 밤길에
등불마저 꺼진
공동체 마을
운명적인 만남을
등진 채
나
홀로
빛이 되어
길을 찾아 나서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