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4화
하루 지친
나그네를
거리를 환하게 밝힌
가로등만이
위로해 준다.
모든 걸
감사해야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때가 있다.
밤이 깊어
인적마저 드문
거리에
홀로
서서
바라보던
종탑
저 아득한
천 년의
세월을 품은
로마네스크
종탑은
포도주의 성인
빈센트에게
봉헌되었다.
폭격으로
종탑만이 남은
생 로랑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역사와 현실을
구분 짓고 싶어 한다.
과학기술 문명이 이룬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이들
그들에게
희망하는 건
오직
젊은 패기뿐.
기울인 술잔에
초승달이 차오른다.
서너 명
하나뿐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넘치는 수다에
즐거운 골목길
문 닫힌 가게들을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밤
멀리
부르고뉴 호텔의
네온사인만이
반갑게
밤길에 지친
나그네를
품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