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래된 타자기 Apr 22. 2024

마콩(Mâcon)의 밤거리

기차여행 4화


하루 지친

나그네를

거리를 환하게 밝힌

가로등만이

위로해 준다.



모든 걸

감사해야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때가 있다.


밤이 깊어

인적마저 드문

거리에

홀로

서서

바라보던

종탑



저 아득한

천 년의

세월을 품은

로마네스크

종탑은

포도주의 성인

빈센트에게

봉헌되었다.


폭격으로

종탑만이 남은

생 로랑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역사와 현실을

구분 짓고 싶어 한다.


과학기술 문명이 이룬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이들

그들에게

희망하는 건

오직

젊은 패기뿐.



기울인 술잔에

초승달이 차오른다.


서너 명

하나뿐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넘치는 수다에

즐거운 골목길

문 닫힌 가게들을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멀리

부르고뉴 호텔의

네온사인만이

반갑게

밤길에 지친

나그네를

품어준다.



작가의 이전글 테제(Taiz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