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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미술전람회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8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에두아르 당탕(Édouard Dantan), 「전람회 단면(Un coin du Salon)」, 1880, 개인 소장.




17장-11
(1882)




1882년에 개최된 미술전람회에 에두아르 마네는 잔느 드 마흐시를 그린 「봄」과 「홀리 베르제흐 바」를 출품했다.


34-2 Un bar aux Folies Bergere, 1881-1882.jpg
34-1 Printemps, Jeanne de Marsy, 1881 - 복사본.jpg
1882년 미술전람회에 출품한 「홀리 베르제흐 바(Bar aux Folies Bergère, 1881-1882)」와 「봄(Le Printemps, 1881)」.


반응은 뜨거웠다. 작품에 대한 논란 역시 연이어 터지면서 점차 성공이 확실해져 갔다. 주문도 쇄도했다. 뜨겁게 달구어진 잡지 가십난의 기사들도 마침내 온통 마네를 칭송하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이젠 작품을 익명으로 출품해도 그림을 그린 이를 알아볼 정도로 마네는 유명해졌다. 더 이상 그를 조롱하거나 그의 작품을 갖고 비난하는 일도 잦아졌다. 마침내 마네를 위한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럴 뻔했다. 하지만,


아뿔싸!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작품 난외에 기재되어 있는 콩쿠르 열외(HC)라는 표시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이들에겐 오직 뭔가 대단한 작가라는 뜻으로만 비칠 따름이며, 또한 그림이 어떻든 간에 그림이나 화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댈 필요조차 없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림을 그린 이는 이미 상당한 반열에 든 화가로서 미술전람회에 작품을 출품한 것 자체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프랑스의 고야 같은 존재다.



마네는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한 것과 같이 점점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마네가 볼프에게 피력한 심정은 그런 마네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다.


“당신들이 내게 헌사를 한답시고 살아있는 나를 마치 죽은 사람처럼 대하는 것에 대해 화낼 필요조차 없다는 걸 깨달을 뿐이외다.”


죽음은 그처럼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류머티즘이라 말하는 건 단지 속임수에 불과했다. 마네는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록 그 말이 마네에게 닥친 위중한 병을 모두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폐결핵 같은 말로 그의 병을 축소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저 아득한 브라질에서의 밤은 마네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그를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마네는 어떡해서든지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항상 극단적인 처방까지 외면하지 않은 탓에 약효조차 그 효력마저 떨어져 갈 뿐이었다. 마약 성분이 들어간 약을 지나치게 남용한 탓으로 통증이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파리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안정을 취해야만 병이 완치될 거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는 병 탓에 완전히 초췌해진 마네는 어쩔 수 없이 소중한 친구들이 그림 그리고 있는 곳 가까이에 집을 한 채 세내어 살기 시작했다.


감베타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상심에 젖은 귀스타브 역시 가까이에 살고 있었다. 마네는 그곳에서 레옹과 수잔과 함께 기거했다. 마네에게는 지옥의 형벌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다행히 마네-모리소 가족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부지발에서 살았던 관계로 이틀에 한 번 꼴은 마네가 사는 곳에 얼굴을 디밀었다.


수잔과 레옹 그리고 으제니는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마네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건 물론 통증을 잊을 수 있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했다. 마네는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면 작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는 쩔쩔매기만 했다. 더군다나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도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서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당연히 작업량도 확연히 줄어들어만 갔다. 이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네가 그리는 그림은 자연 파스텔에서 수채화로 바뀌어갔다. 어이없게도 유화 붓은 단념해야 했다. 마네는 마치 신께 기도를 바치듯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마네가 기거하고 있는 빌라는 너무도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고독이 온 가슴을 저미는 것은 물론 마치 버려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친구들 모두가 번갈아 가며 마네를 찾아와 주었고 마네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에 그리고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병에 관해서 만큼은 서로 삼갔다.


가족이든 친구든 모두가 마네 앞에서 들뜬 표정으로 이러쿵저러쿵 마네를 달래려는 태도가 확연했다. 마네는 그가 앓고 있는 병이 좀처럼 낫지 않을 것이라고 이젠 굳게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마네가 예술에 있어서 대가다운 솜씨를 여전히 뽐낼 뿐만 아니라 재주 또한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건 분명했지만, 병 앞에서는 장사 없듯이 그 역시도 한낱 보잘것없는 존재란 사실을 깨달아야만 하는 처량한 신세였을 따름이다.


“그대도 알고 있지 않나요? 이제 더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걸? 그대 역시도 자신을 더 이상 입증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내세요.” 베르트가 단언하듯 이야기했다.


“물론이지! 맞아! 난 내가 살아있다는 걸 어떡해서든지 당신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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