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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Apr 06. 2021

브랜드의 철학, 소비자의 철학

나는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브랜딩"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브랜드"를 만드는 행위나 과정이 "브랜딩"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브랜드 이상의 의미로서 브랜딩이 잘된 기업은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으며 그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한다. 그러면 그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만 산 것이 아닌 그 브랜드의 철학을 산 것이며, 그 브랜드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라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살펴보자. 파타고니아 브랜드 철학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하는 데에 있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제품들은 친환경 소재이며, 시간이 지나 해지거나 고장 난 부분이 있을 때는 다시 수리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의 퀄리티 있는 제품을 사면서 동시에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니까 파타고니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이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나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임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사실 어떤 브랜드가 브랜딩이 잘 된 것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시간을 투자해야만 자기에게 맞는 브랜드들을 찾을 수 있고, 그 브랜드들의 스토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드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상품을 많이 사용해야만 어떤 브랜드가 좋은 지 알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 우선 많이 사봐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추천해주거나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쓰면 잘한 선택인 걸까? 물론 그렇게 해서 좋은 브랜드를 발견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나와 맞지 않는 브랜드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남들은 잘 모르는 좋은 브랜드를 찾았을 때의 희열감을 느끼는 것도 큰 기쁨이다.


나는 디자이너이지만 의외로 좋은 브랜드를 고를 때 브랜딩이나 스토리보다는 우선 상품의 퀄리티를 보는 편이다. 아무리 브랜딩이 잘되고, 핫하고, 좋은 철학을 가졌다고 한들,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했을 때 불만족스러운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오히려 더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냥 겉멋만 잔뜩 든 브랜드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시장에 나와있는 브랜드 중 80% 정도는 이러한 브랜드인 것 같다. 좋은 디자인에, 그럴싸한 철학으로 브랜딩을 했지만 막상 제품은 퀄리티면에서는 떨어지거나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없고 또는 브랜딩 철학과는 전혀 매칭이 안 되는 것이다. 실로 꿈보다 해몽이 좋은 케이스다. 반대로 퀄리티는 좋지만 브랜딩이 잘 되어있지 않다면 이것도 역시, 정말 안타깝지만 계속해서 그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된다. 요즘 시대에 브랜드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까지 소비하길 원한다.


좋은 브랜드란 퀄리티 있는 제품으로 그 브랜드의 철학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을 때 탄생한다. 진정성 있게 제품을 만들고, 그럴듯한 철학이 아닌 진심으로 자기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철학으로 풀어낼 수 있을 때에 말이다. 그러한 브랜드를 찾기 위해서는 상품을 구매할 때에 우선 나부터 철학이 확실해야 한다. 내가 왜 이 제품을 구매하는지,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지, 나는 어떤 부분에 이 브랜드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냥 비싸서, 멋있어 보여서, 핫하니까 그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정말 딱 그것에 맞는 브랜드만이 우리를 찾아오게 된다. 결국 좋은 브랜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일은 나의 철학을 진정성 있게 만들어 가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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