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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May 09. 2022

예술이 사회 비판을 해야 할까?

현대의 정치와 사회현상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예술 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작품들 중에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 많은 호응을 받는 것들도 있고, 그것이 예술인지, 예술이 아닌지 또는 허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도 있다. 분명한 것은 비판하고 풍자하는 예술도 우리는 예술이라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이런 예술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점점 주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는 좋은 측면도 있고 안 좋은 측면도 있다.


좋은 측면은 예술이 대중들에게 현 사회의 문제점, 정치의 어두운 면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우리에게 사회 문제에 대한 특정 지식이나 정보를 상징적으로 제공하거나 어떤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비판 도구로서의 예술의 순기능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예술을 접하면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혹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을 서서히 인지함으로 비판의식을 키울 수 있게 해 준다.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게 되면 우리는 좀 더 사회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예술의 사회비판적 기능을 추구하는 예술가는 단순히 예술작품 창조 이상의 업적을 성취한 셈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하지만 이러한 결말을 우리가 정말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자는 이런 예술이 대중들의 눈을 뜨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것만으로도 예술은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90년대 서태지라는 한 뮤지션이 등장했고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라는 것도 큰 몫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사회를 비판했다는 데에 있다. 많은 대중들이 그가 한 비판, 그의 용기에 열광했다. 그 전에는 그러한 역할을 한 뮤지션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대중들이 그 비판의 내용보다는 그가 비판했다는 것 자체에 열광하고, 비판한 그를 우상처럼 따랐다. 뭔가 속이 빠진 느낌이 든다. 그는 사회의 문제점을 보았을 테고, 본인의 그런 생각을 가사로 쓰고, 음악을 만들었다. 그의 예술작품에는 사회가 나아지고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와 많이 다르지 않다. 예술가들은 여전히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가 바뀌지 않았나 보다.) 그러한 예술가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칭하며, 예술성뿐만 아니라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갖추었다 찬사를 보내며 그들에게 열광한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예술가들이 비판한 내용은 절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도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본다면 알아볼 수 있는 문제들이고,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의 비판보다는 문제를 개선할 수 방안을 찾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사회비판적인 예술가는 있어도 해결 방안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예술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예술가들이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를 하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 이런 일을 본질적으로 수행해야 할 주체는 정작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언론인들이다. 언론인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상을 파헤치고,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럼 그 활동은 단순히 풍자와 시니컬한 유희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언론인들이 보도한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답을 해줘야만 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건강한 나라이다.


나는 풍자 예술을 존중하고,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쓴 음악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풍자하는 행위 그 자체에, 비판의 대상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혹시 우리가 진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 사회 풍자적인 예술 작품이 대중의 평가의 도마 위에 오르면, 간혹 예술가 자신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 예술은 예술로만 보시라고... 나는 그 말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비판에는 거기에 본질상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행위들이 있다. 비판으로 인해 어떤 사회문제가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되면 책임 문제가 발생하며, 그 문제는 해결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예술가가 자기 작품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그 작품을 예술로만 볼 것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인 문제를 단지 하나의 오락거리로서, 혹은 단지 예술로만 가두어야만 하는 말로 들린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오히려 사회문제를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을 가리게 되는 것이다.   


예술이 점점 비판하고 풍자만 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언론이,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사회로부터 점점 억압당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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