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5) 선물 같은 하루
벤치에 앉아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릴지 택시를 탈지
고민하다가 그냥 일단 걷기로 했다.
멜리데까지는 뽈뽀를 생각하며
열심히 걸어왔는데
뽈뽀를 먹고 난 후
원동력을 잃어버려서
더 걷고 싶진 않았지만,
버스는 어디서 타는지도 모를뿐더러
탄타고 해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택시는 비쌀 것 같아서 못타겠고
세요(스탬프)를 더 찍고 싶기도 해서
일단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딱 봐도 순례자처럼 보이는,
배낭을 메고 판초를 입은 사람들을
따라가니 순례길이 표지석이 나왔다.
아르주아로 가주아!
마을을 벗어난지 얼마 안돼서
작은 성당이 하나 나왔다.
혹시 세요를 찍을 수 있나 해서
한번 들어가 봤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에 들어가니
왠지 모를 압도되고 벅차오르는
감정이 들었다.
성당을 둘러보고 있는데
성당 관리자 분이 나를 보시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셨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어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셨다.
타국에서 만난 한국어가 반가워서
소리내서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기도문 같은 글을 하나 읽고
내 눈시울은 붉어져 버렸다.
그 글의 내용은
'전능하신 하느님
감사, 감사드립니다.
저의 소망 주님의 눈길
저버리지 말아주세요.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였는데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무작정 순례길을 찾아온,
그리고 오늘 여정의 중간에
걷기를 포기하려 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걸음을 이어나간
나를 위한 기도문 같았다.
성당을 나온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며
걸음을 이어나갔다.
후둑후둑 내리는 빗물에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힘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미키가
까꿍 하고 나타났다.
디즈니월드에서 인턴을 한 내게
미키는 매우 특별한 캐릭터인데
심적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있을 때
미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고,
나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오늘 중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선물처럼 불쑥 찾아온
magical moment 였다.
그런데 이날,
magicla moment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