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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Jun 06. 2024

[ep.16] 팔라스데레이에서 아르주아(2)

(2024/5/5) 멜리데에 도착을 했습니다!

팔라스데레이에서 아르주아까지는

약 29km로

오늘이 사리아에서부터

시작된 순례길 여정 중

가장 긴 거리를 걷는 날이다.


중간에 멜리데라는 마을이 있는데

팔라스데레이에서 12km 정도 걸으면 나온다.

멜리데는 뽈뽀(문어요리)로 유명한 마을이다.

오늘은 뽈뽀와 생맥주를 먹겠다는 생각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걸어

멜리데에 도착했다.


문어피자를 파는 피자집(좌측) 뽈뽀 요리를 파는 식당(우측)

문어피자를 파는 피자집을 보고

여기가 바로 멜리데구나!라고 생각했다.

멜리데는 내가 가장 기대한 마을이다.

이유는 바로 뽈뽀~


마을 초입쯤에서 시식해보라고

창문 너머로 뽈뽀 하나를 건네준 곳에

바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시식용 뽈뽀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맥주와 뽈뽀, 빵, 고추튀김

나는 맥주와 뽈뽀, 고추튀김을 시켰다.

고추튀김은 어디 블로그에서 맛있다고 해서

맛이 궁금해서 한번 시켜봤다.


걷고 마시는 맥주는 진짜 시원하고 맛있다.

뽈뽀는 정말 쫄깃하고 부드럽고

빵이랑 같이 먹으니까 간이 맞고 더 맛있다.

고추튀김은 약간 기름져서 조금 너끼했고,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의 궁금증이 해소된 것에 만족.


이렇게 순례길 걸으면서 낮술 한잔씩 먹는게

진짜 기분 좋은데, 맛있는 음식이랑

같이 마시니 기분이 더더더욱 좋았다.


다시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갔는데

칫솔, 치약 자판기가 있길래

궁금해서 뽑아 봤다.

뽈뽀 식당 화장실에 있는 칫솔,치약 자판기

귀엽게 생겼는데, 퀄리티는 좋지 않고

그냥 딱 일회용 칫솔이다.


총 20.9 유로를 계산하고 나왔다.

스페인은 팁 문화가 없어서 편하다.


식당 앞에 문어 동상과 메뉴판

밥을 먹었으니 이제 카페에 가볼까

멜리데에 츄러스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츄러스와 코코아

사실 뽈뽀 먹고 배가 엄청 불렀는데

여기 츄러스는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고

비도 많이 오기도 해서, 좀 쉬려고 들어갔다.


예전에 디즈니월드에서 일할 때

츄러스랑 코코아를 팔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스페인어로 코코아를 주문하던 사람들은

쪼꼴라~떼 이렇게 주문했어서

나도 똑같이 우노 쪼꼴라~떼 이렇게 주문했다.


우와 여기 코코아는 엄청 진하고 꾸덕하다.

초코 소스 처럼 츄러스를 찍어 먹을 수 있다.


여기 되게 맛있다고 보고 들어왔는데

내가 배가 불러서 그런지

츄러스는 그냥 일반적 맛이었고,

코코아는 꾸덕해도 너무 꾸덕했다.

결국 거의 다 남기고 카페를 나왔다.


사실 오늘 출발하기 전부터

멜리데까지만 걷고, 멜리데에서 버스를 타고

아르주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키서비스를 통해 배낭의 무게에서 벗어났지만

이미 내 발은 물집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기에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버스를 타려고 검색해보니

버스 시간이 3시간 뒤에 있다.

그리고 아무리 지도를 봐도

어디에서 버스를 타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버스정류장을 찾다가 어느 건물 문에 비친 나를 찰칵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지친 나는

판초를 입은채로 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늘 17km를 더 걸어갈 자신이 없는데

버스 정류장은 도무지 못찾겠고

비는 많이 오고, 택시는 또 못타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조금전까진 맛있는거 먹고 행복했다가

갑자기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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