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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Jun 05. 2024

[ep.15] 팔라스데레이에서 아르주아(1)

(2024/5/5) 뽈뽀 먹으러 가자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돼서

자다가 새벽에 깼다.


깬 김에 발에 생긴 물집을 처치하려고

바늘과 실을 들고 복도로 나갔다.


발가락 물집을 처치하기 위해 앉았던 소파와 오렌지 착즙 주스


발가락 서너 개에 발톱을 둘러선 물집이

잡혀 있었고, 발톱 하나는 곧 탈출할 기세였다.


마치 구멍이 뚫린 양말을 꿰맬 때처럼

실을 연결한 바늘을 물집에 여러 번

통과시켰다.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배가 좀 고파서 낮에 Dia에서 산

착즙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맛있었다.


다시 잠이 들고, 아침이 밝았다.


나갈 준비를 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같은 방을 쓰는 한국인 분이 계셨다.

어제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말을 걸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아주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한국 분이시죠?"를

시작으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는데,

생장에서부터 출발하셨고

현재 미국에서 살고 계신다고 했다.

어쩐지 영어를 엄청 잘하셨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배낭을 동키로 보내기 위해서

알베르게 입구쪽에 두고

아주 가벼운 몸으로 길을 나섰다.


무거운 내 배낭과(좌측), 아주 가벼운 내 보조가방(우측)


다이소에서 3천원 주고 산 보조가방에

판초랑 물이랑 간단한 짐 넣고 멨는데

정말 가방이 세상 가볍고,

덕분에 내 발걸음도 세상 가벼워졌다.


출발하고 1시간 30분 정도 걸었을 때

나타난 바르에 아침을 먹기 위해 들어갔다.


비가 오는 탓에 날씨가 쌀쌀해서

따뜻한 카페 콘 레체 한잔과 바나나,

그리고 탐스러운 사과 하나를 주문했다.

카페 콘 레체, 바나나, 사과

보기 좋은 사과가 맛도 좋았으며,

커피와 같이 나온 비스켓도 되게 맛있었다.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걷다 보면 민달팽이를 많이 볼 수 있다.

꼭 배낭이 무거워서 동키 보낸 나같다.

달팽이도 등에 집을 이고 다니다가

무거워서 동키 보냈나 보다.


순례길의 민달팽이


순례길에서 또 커다란 개도 종종 마주쳤는데,

여기에서 마주친 큰 개들은 아주 순했다.

나는 원래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라서

한국에서 큰 개를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길을 돌아가거나 무서워서 덜덜 떨었는데

여기 개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다가오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마음 편하게 걸어다녔다.


순례길에 앉아 있는 검은개

오늘도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부엔 까미노! 인사를 건네며

추월해 갔지만 나는 나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을 이어 나가고,

다리가 아프면 눈앞에 보이는

바위에 앉아서 쉬기도 하였다.


그렇게 걷다 보니

멋진 다리와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고

(찾아보니 여긴 푸레로스 마을이다)



힘을 내서 조금 더 걸어가니

오늘 여정의 목적이었던

뽈뽀를 드디어 영접할 수 있었다.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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