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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Sep 01. 2023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만의 반응, 쌍동이인줄?

대만 이야기

일본이 마침내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전국이 불안과 분노로 들끓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핵 오염수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대신 일본 정부, 아니 우리나라 정부가 매일 오염수 관련 브리핑을 열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총리도 계획에 따라 방류하고 있으니 국민은 안심하라고 말한다.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마찬가지다. 주일대사가 "미량의 방사능 원소는 인체에 유익하다."라는 망언을 하여 각계각층의 분노와 반발이 치솟아도 총통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어찌하여 차이잉원 정부는 이리도 조용한가?"라는 기사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놀랍다. 한국과 대만의 현대사가 비슷한 줄은 알았지만 대응마저 같으리라고는 기사를 검색하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쌍동이인줄... 다소간의 기간 차이는 있지만 양국 모두 일본의 식민지였다. 일본의 패망 이후 독립, 군부의 집권, 공산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태평양 방어선으로서의 역할, 양국이 참으로 유사하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똑같은 대응의 이유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혼자 잠시 '이거 뭔가 미국의 대응 지침이 있었던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혼자만의 뇌피셜, 상상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옹호성 기사의 내용도 우리와 비슷하다. 


"IAEA 사무총장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배출하는 핵 처리수는 민중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라는 IAEA를 빌어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기사.


"핵 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는 중국인이 후쿠시마의 식당, 호텔, 관공서를 표적으로 삼아 마구 전화를 걸었다."라는 중국의 반응에 대한 기사. 우리나라의 신문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기사에 달리는 국민들의 댓글 또한 유사하다. 


"그럼 IAEA 사무총장 너네 나라(아르헨티나)에 가져다 버려라."

"만약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일본은 농업 관개수로 사용하거나 음용수로 사용하지 어째서 바다에 배출하는가?"

"대만 주일대사(앞서 언급한 소량의 방사능 원소는 인체에 유익하다고 말했던 자)와 같이 건배하고 네가 마셔라."


8월 30일에는 대만 매체에 기시다가 후쿠시마 수산물을 먹방 하는, 소위 '먹어서 응원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일본 수상의 점심 메뉴를 소개하는 기사


"일본 수상이 오늘 점심으로 후쿠시마 수산물을 잔뜩 먹고는 맛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기시다가 후쿠시마 점심으로 수산물을 먹고 핵 폐수의 안전성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우리나라 매체에도 동일한 기사가 등장했다.





정부의 대응 방식, 우호적인 기사, 우호적인 기사를 비꼬는 댓글, 숨바꼭질하는 대통령,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국민. 그야말로 '복붙'이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는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핵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말 또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매일 브리핑을 열어 연일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현재 집권당이 우리나라는 보수인 '국민의 힘'이지만, 대만은 진보 정당인 '민진당(민주진보당)'이라는 것이다.


대만의 양대 정당은 국민당(중국국민당)과 민진당이다. 

국민당은 우리가 역사 시간에 들었던 '국공내전' '국공합작'의 그 국민당이다.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하여 1949년 대만섬으로 본거지를 옮겨 왔다. 일본이 물러나 새 시대의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대만인들(이들을 '내성인'이라고 한다)에게 장개석이 이끌고 온 국민당 정부는 또 다른 시련이었다.


일본인들만큼이나 대만인들을 차별했다. 자신들은 일본과 전쟁도 했는데 대만인들은 일본에 협조적이었다며 경멸했다. 중요 요직이나 이권이 큰 사업은 대륙에서 온 사람들(외성인)이 차지했다. 중국의 표준어('국어'라고 한다)를 구사하지 못하면 일자리 찾기도 어려웠다. 언어 사용도 자유롭지 못했다. 철저한 표준어 정책을 폈다. 1977년 생인 친구가 초등학교 시절까지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표준어 외의 언어를 사용하면 벌을 받았다고 했다. 국민당 정부의 게엄 기간은 1987년까지 장장 38년이었다.


국민당 독재에 반발하여 1986년 출범한 민진당은 대만의 민주화를 이끌었다. 대만 내성인의 지지에 힘입어 대만의 주체성, 독립성을 중시한다.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독립을 주장한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집권당이 보수 혹은 진보인지는 관련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진보당이 집권한 대만과, 보수당이 집권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법이 왜 같을까? 안전하다는 주장의 근거도 동일하다. 어째서일까? 해결하지 못할 의문만 마음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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