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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본 Jun 29. 2023

나는 이제 돈을 잘 쓰고 싶다

4. 도덕경이 재미있다니

안식년…. 평화로운 안식이 길어질수록 통장이 텅장이 되어갈수록 슬그머니 불안해졌다. 뭔가 해야만 하는 성실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는 침대 옆에 책을 탑처럼 쌓아놓고 읽어나가다 마음을 흔드는 책과 만났다.

몇 해 전 한창 바쁠 때 직장 동료가 그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나는 신기해서 물었었다. 

“도덕경? 재미있어요?” 


마치 운명처럼 나에게 온 도덕경은 재미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그건 문장 하나하나 사이에 숨은 위로, 즐거움, 평화다. 나의 마음 깊이 새겨진 문장이 있다.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풀어쓰면 이렇다. ‘하늘 아래 소나기 내리지 않는 곳 없다.
삶이 고난의 연속일 수도 있겠지만 광풍은 아침 한나절을 불지 못하고,
사나운 소나기도 하루를 가지 않는다.’

이 문장 앞에서 나는 처음 진정으로 이해받은 느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느낌이었다.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다급한 습관의 뱃머리 방향을 책으로 돌려 항해를 시작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하루하루가 새롭다. 이대로 잠들어 다음날 깨고 싶지 않았던 날들 대신 머리맡의 책 향기가 나를 깨운다. 오늘의 할 일 대신 오늘 읽을 책이 있다. 지켜내지 못한 계획 앞에 초라해지곤 했던 밤, 나약해서 맘에 들지 않았던 나는 이제 약해도 괜찮은 내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선명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덕경 노자가 내게 선물해준 것은 교훈이 아니라 나침반에 가깝다. 존재의 본질 끝과 시작은 그 자체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행복은 지금 여기…. 그러니까 내가 서 있는 자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서 살아가면 된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노자의 철학을 감히 내가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도덕경이 나에게 온건 그동안 잘 살아온 내게 잘했다고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신의 배려 깊은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나의 지나친 해석일까?     


무한한 가능성…. 그저 꿈꾸고 온전히 과정에 충실하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냥 즐기라는 지혜의 글이 이렇게 편안하다니. 책이 내게 준 뒷심으로 나는 오늘도 담담히 있는 그대로의 나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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