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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본 Jun 29. 2023

나는 이제 돈을 잘 쓰고 싶다

3. 데일리 루틴

5시 반 알람이 울린다. 이불 속 따뜻한 온기 속에서 천천히 느리게 몸을 깨운다. 창문 밖은 아직 어둡다. 새롭게 시작한 아침 루틴…. 출퇴근하던 때와 달리 허겁지겁 의무와 부담을 내려놓은 아침이다. 제일 먼저 창문을 연다. 새벽공기가 이렇게 상쾌한 것이었구나. 창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그냥 머물러본다. 삶의 끝자락 같은 날들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이 아닌가. 


 침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서며 비타민을 톡톡톡 꺼낸 다음 따뜻한 물을 데운다. 그 사이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가지고 오면 된다. 요즘 누가 종이 신문 보냐고 하지만 나는 신문을 열어 좋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가위로 오려 스크랩하는 아날로그 인간인 것이 싫지 않다. 


 일주일에 세 번은 수영도 간다. 평일 한산한 수영장. 처음에는 습관처럼 또 목표가 생겼다. ‘박본! 빨리 25m를 가야지.’ 그럴수록 물은 차가웠고, 숨은 벅찼다. 수영이 무서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강습이 끝나면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가만히 누워보는 여유가 생겼다. 푸른 물을 통해 그동안 버텨준 나의 몸을 마주하는 시간이 그냥 좋았다. 일어나면 가슴밖에 안 차는 물속에서 몸부림을 치다니. 저항하지 않으면 물은 나를 편안히 감싸 안는데 말이다.


 화초도 키우기 시작했다. 물 줄 시간도 없어 죽이는 게 싫어 언젠가부터 키우지 않았었는데…. 매일 조금씩 키가 크고 꽃을 햇살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은 나를 지켜보겠지.     

 이제는 요리도 해서 먹는다. 하루 세끼 김밥으로 때우던 날들을 보상하듯 일부러 느린 슬로우 푸드를 만든다. 스테이크도 돌려가며 구워 레스팅까지 제대로 해서 레스토랑 손님처럼 식탁에 앉아 제대로 먹는다.


 ‘나 지금 맛있는 거 먹는 중이야.’ ,  ‘나 지금 행복한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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