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 왜 울고 있지?
일을 잠시 쉬기로 결정하고 건강검진을 가장 비싼 코스로 예약했다. 고급 레스토랑 풀코스 주문도 아닌데 그동안의 나에게 주는 셀프 보상에 기분이 좋았다.
“2주 후에 결과 보내드릴게요.”
발걸음도 가볍게, 미루어온 숙제를 마친 마음이었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처럼 평일 오후 햇살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이틀 후 병원에서 방문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뇌혈관 협착입니다. 후천성 모야모야병이에요.”
“제가요?”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진짜 뭐야? 꿈이지? 병명이 웃겨 푹 웃음이 나왔다.
“뇌동맥 조영 영상이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해지면서 뿌연 담배 연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그날 이후 이 병원 저 병원을 오가며 여러 차례 정밀검사를 받았다. 지루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곧 죽을 사람처럼 집안의 모든 커튼을 내리고 깜깜한 방안에서 울었다. 하염없이 울다 잠들기를 며칠째….
세상과 단절한 듯한 시간이 일주일쯤 지났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난 견딜 수 없는 통증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과 근심에 잠겨 떨고 있었다. 마치 신기루 같은 모래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처럼 머릿속 상상을 키웠다. 의사도 지금 당장 문제 되는 병은 아니라고, 조심하며 살면 괜찮다고 위로하지 않았던가.
돌아보니 비싼 검진비를 내고 난 신이 준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당황스러움이 분노로 슬픔으로 변했다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감사함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는 앞날에 대한 걱정에 오늘을 흘려보내지 않겠다 결심했다. 커튼을 열었다. 달큰한 꽃향기가 어두웠던 방안으로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