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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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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Sep 23. 2021

갯마을 차차차 5-6.

어떤 드라마든 한번 보면 두 번, 세 번 보는 일이 드물던 나인데 <갯마을 차차차>는 여러 번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어떤 장면이든 보면 웃음이 지어지게 하는 드라마라서 그런가 보다. 요즘 드라마는 악역이 무슨 얼마나 악하고 독한가... 경쟁하듯 나와서 피곤했는데 오래간만에 악역이 하나도 없는 드라마는 보는 내내 편안하고 즐겁다. 내가 '갯마을 차차차'를 보는 동안 시간차를 두고 늦게 시청하기 시작한 남편을 따라 같이 또 보게 된 드라마는 우리의 추석 연휴를 즐겁게, 또 약간은 피곤하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리뷰가 좀 늦어졌음을 고백한다.


5회.

홍반장의 집에서 눈을 뜬 혜진은 옆에 누워 자고 있는 홍반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새벽에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것은 그녀만의 착각이었으니 이미 혜진의 친구 미선은 '공진 단톡방'을 통해 혜진이 홍반장 집에서 외박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싫었던 혜진은 홍반장과 아침에 만나 해장을 하며 밤사이 별일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컨디션 한 병에 밤새 있었던 일이 실시간으로 기억나버린 그녀는 (이 장면에서 연출이 정말 찐임. TV를 이용한 연출인데 현실적이면서 세련됨) 홍반장에게 선을 긋는데 (우리는 Social Position이 다르다며) 미선에게서 홍반장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당황한다. (우리나라의 기막힌 서울대 사랑. ㅋㅋ) 게다가 공진 사람들은 홍반장이 혜진에 비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 그 와중에 공진의 3대 미스터리까지 듣고 온 미선은 왜 혜진만 빼고 자신만 단톡방에 초대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태연스럽게 내뱉고! (이 분의 연기가 정말 찰짐) 혜진은 복잡한 마음을 요가로 달래 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퇴근길에 새로 이사 온 옆집사람(이 분이 바로 유초희)과 인사하게 된 혜진과 미선은 그 다음 날 학교에 치과교육을 하러 가게 되는데, 혜진은 설사병이 도진 미선대신 대타(역시 홍반장)와 초등 수업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아이들의 짓궂은 질문을 뒤로하고 (둘이 사귀어요? 뽀뽀는 했어요? 등등) 아르바이트 비용을 청구하는 두식에게 대신 밥을 사게 된 혜진은 소문이 무서워 차로 이동해 옆동네까지 가고, 그곳에서 홍반장에게 수능 수리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 두식은 문제를 모두 맞혀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고, 서울공대 출신이라며 왜 그러고 사냐는 혜진의 말에 그는 세상에는 돈이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말을 남긴다. 비가 오자 우산을 펴는 대신 두식은 혜진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뛰어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고 투덜대는 혜진에게 "그냥 놀자, 나랑"이라는 명대사를 남김. 즐거우면서도 혹시 감기 걸릴까 걱정하는 그녀의 이마를 살뜰히 짚어봐 주는 우리의 홍반장. (근데 그 순간 혜진은 자신이 4회 마지막 장면에 이어 두식에게 키스를 한 사실이 기억나고 말아버림) 이 드라마는 에피소드와 엔딩 장면을 엮는 연출 능력이 보통이 아님. 직선적인 어투의 혜진은 "정말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어?" 하고 물어보고 홍반장은 잠시 당황하지만 "응"이라며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6회.

마음이 복잡미묘한 자신과는 달리 홍반장이 '키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듯해 마음이 상해버린 혜진은 그에게 거리를 두려고 한다. 어떻게든 혜진과의 사이를 예전처럼 되돌리려는 홍반장은 이가 아프지도 않은데 치과에 와서 자신과 혜진이 생물학적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친구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임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더욱 화가 나게 할 뿐이다. 게다가 女예능작가와 같이 공진에 다니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 레이더에 포착되자 헤진은 결국 마음에도 없는 말을 홍반장에게 퍼붓고 둘 사이는 냉랭해진다. 한편 지성현(서브남. 예능 PD)은 촬영 장소로 감리 할머니 집을 점찍고 들어갔다가 할머니에게 도둑으로 오인받아 혼쭐이 나고, 역시나 그렇듯 홍반장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며 밥까지 얻어먹게 된다. 또한 어떻게든 덧니를 빼는 치아교정술을 하고 싶었던 주리는 아빠의 돈통을 훔쳐 가출을 시도하고 아빠가 가장 찾기힘든 혜진에게 도망쳐 온다. 혜진은 주리를 보며 자신도 예전에 가출했었던 고등학교 시절(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가 재혼 상대를 만나자 속상한 마음에 공진을 다녀왔던 것)을 떠올리고 그렇게 그녀는 공진 사람들 삶에 서서히 스며든다. 공진에서 열리는 등대 가요제에 참석하기 싫었지만 최순경을 만나러 온 미선에게 끌려오다시피 해서 참석한 혜진은 발목이 다쳐 아픈 주리를 도와 홍반장과 함께 백댄서로 가요제에 참석하고 2등을 거머쥔다. (예상외로 1등은 청아한 목소리를 뽐낸 보라에게 돌아감) 혜진이 2등상금 100만원에 치아교정 수술을 해주겠다고 하자 주리는 해맑은 미소를 짓고, 향후 공진에서 곧 <갯마을 베짱이>를 찍게 될 DOS가 축하무대를 해주는 것을 끝으로 등대 가요제는 막을 내립니다. (DOS가 눈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그 무대를 보는 주리가 웃음 포인트!) 주리의 최애인 준이가 주리에게 덧니가 예쁘다며 이야기를 하자 주리는 그동안 사생결단으로 외쳐왔던 덧니빼는 치아교정을 안 하기로 하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혜진은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다.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꽃이 피면 대단한 행운이 찾아온다고 함), 혜진의 눈에 들어온 홍반장. 그는 혜진에게 오늘 대견했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둘이 투닥거리는 동안 폭죽이 터짐. 혜진이 웃는 모습에서 홍반장이 눈을 못 떼는데 누군가가 치고 가는 바람에 바다에 빠지려던 그를 혜진과 또 한 사람(바로 지성현 PD)이 잡으면서 6회가 끝난다.


사실 갯마을 차차차의 이야기는 별게 없다. 악역이 없으니 갈등 요소도 별로 없고 소소한 이야기가 다다. 늘 그렇듯 사소한 갈등과 오해가 있고 또 다들 착한 사람들이니만큼 사과하면 받아주고 그게 다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6회 에피소드에서는 고등학생인 혜진과 두식이 마을수퍼에서 우연히 만나 100원을 도움받고 서로 멀찍이 바닷가에 앉아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그렇게 알게 모르게 10대이전, 10대시절, 30대에 공진에서 서로 만나온 것. (아직 20대는 나오지 않았으니 그런 장면이 또 나올까를 살펴보는게 관전포인트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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